생명의삶 수료소감, 송인선
이번 생명의 삶을 수강하면서 제게는 많은 도전과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실 전
에는 삶공부에 대해 애증 감정이 있었습니다. 방학 때마다 청년부에서 삶공부를
자동신청/강압신청을 당했고 삶공부 기간 내내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의무감
으로, 도망치면 죄라는 죄책감으로 버티면서 3번의 삶공부를 이수했습니다. 그
래서 이번 방학에는 절대로 안 할 거라고 온갖 핑계거리를 생각하며 벼루고 있었
습니다. 근데 막상 방학이 되자 아무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유치부 교
사모임에서 부장선생님께서 정말 좋았다고 하시는 걸 듣고, 삶공부를 많이 해온
아버지조차도 새롭게 불타오르는 모습을 보고,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이 절로 들
었습니다. 그래서 방학 알바를 구하기 위해 기도하면서 하나님께 “화요일 저녁을
비워주시면 들을게요.”했는데 금방 편한 사무알바를 구해주셔서 화요일 밤 수업
을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자의에 의해 신청한 삶 공부였지만 이수에 대한 마음은 별로 없었습
니다. 13주짜리 수업은 개강 후에도 이어졌고, 집과 교회는 5분도 안 걸리지만 학
교까지는 대중교통으로 2시간 반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방학동안만 들을 생각이
었습니다. 신청서에 작성한 제 3가지 기도제목도 방학에 대한 것이었고, 방학 때
믿음을 잘 키워서 2학기를 버티자는 목표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첫 날부터 자리
가 부족할 정도로 어른들이 꽉 채워 앉아 계시는 것을 보고 제가 정말 제 생각만
하며 사는 것을 뉘우치게 되었습니다. 뭔가 내가 없어도 전혀 티가 안나고, 내가
신청 안했어도 아무도 신경 안 썼겠구나 하고, 이제까지 했던 소그룹 성경공부와
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근데 그게 저는 좋았습니다. 어른들도 목자님
들의 권유로 하게 되신걸 보며 왠지 동질감도 들었고, 목사님과 주변사람들이 나
를 보고 있다는 부담이 없어서 편하게 말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아무도 나에게 바라는 게 없는 것 같은 게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성경공부에
대한 부담처럼 교회 행사 참여하는 부담도 사라졌습니다. 원래라면 가정교회를
위한 부흥회가 열려도 별 관심을 안 가졌을 텐데 3일내내 참석하면서 은혜를 받
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청년부에서 했던 가정교회 세미나에도 모두 참석 했
습니다. 물론 이런 과정 중애 귀찮음도 있었고, 유혹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내가 만약에 이수를 하게 되면 간증을 하게 될 거고, 그러면 이런 나의 변화가
진정한 간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하나님 그럼 제가 더 열심히
할 테니까 이수해서 간증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하고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강을 후에도 화요일에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교회로 왔습니다. 원래는
학교 셔틀을 타고 집에 와도 2시간이 걸려서 7시가 넘어 집에 왔는데 이번 학기
부터 합정으로 직행셔틀이 생겨서 1시간 반도 안 걸려 집과 교회에 올 수 있었습
니다. 왠지 하나님이 나를 위해 움직이시는 것 같아. 이건 이수하라는 뜻 일거라
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기숙사 친구들에게 이제 매주 화요일마다 교회에서 성
경공부 수업이 있어서 집에 간다니까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대단하
다며 저를 신기해했습니다. 뭔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말이지만 믿
지 않는 친구들에게 보여지는 저의 이상한 노력이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법일 수
도 있지 않을까 하여 숨기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오전 수업이 있을 때는 차를 태
워주셨던 엄마와 아빠에게 감사할 수 있었고, 대부분 오후 수업이어서 혼자 대중
교통을 타고 갈수도 있도록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비록 개근은 못했지
만 3번만 빠지면서 학교생활과 시험, 삶공부를 병행할 수 있게 해주심에 하나님
이 함께하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출석하는 것이 이수하면서 가장 힘들 것이라
고 생각했지만, 복병은 성경요약이었습니다.
방학 때 미리 해두자고 여러 번 마음을 먹었지만 삶공부가 끝나고도 밀려서 저의 마음에 큰 부담을 주었습니다. 너
무 막막해서 진짜, 설마, 숙제 때문에 내 고생이 헛되게 되버리는 아냐, 하나님이
나에게 너무 잘해주시니 이제 사탄이 나를 시험하는 건가, 다 때려치고 싶네, 왜
시작을 한거지 까지 갈 정도로 무너지면서 이제까지 하나님이 하신 일들이 보이
지 않았었습니다. 성경을 요약하면서 제자들은 어떻게 예수님 옆에서 그렇게 많
은 기적을 경험하고 은혜를 받았음에도 예수님의 부활을 못 믿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제가 딱 그랬습니다. 여태까지 함께 해오셨고 지금도 함께해주시는 주
님을 아직도 내가 다 믿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회개할 수 있었습니다. 2주 동
안 목장에서 기도를 부탁해서 덕분에 성경요약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몇 시간째
작성한 이 소감문이 거의 다 끝나가니 진짜 이수한다는 실감이 듭니다. 이번 삶
공부를 통해서 저는 이때까지 저와 하나님 사이에 주변의 너무 많은 것들을 계산
하고 신경 쓰다가 오히려 하나님께 제대로 다가가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모든 일의 시작도 끝도 제가 아닌 하나님이 하심을 깨달았습니다. 어차피 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니 환경이 안 돼서, 능력이 안 돼서, 못할 것 같아서 주저하
지 않기로 했습니다. 소감문을 마치면서, 2주나 지나서 숙제를 제출할 때까지 기
다려주신 목사님, 매번 반겨주시고 응원해주신 사모님, 맛있는 간식으로 섬겨주
신 다른 삶공부 동기 어른 분들, 그리고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분들께 모두 감사
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