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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362) 저는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2024.3.10>

아내(서은영 사모)46일에 귀국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제 아내는 딸 민애의 갑작스러운 출산으로 113일에 출국을 했고, 여러 우여곡절을 거쳐서 저의 첫 손녀 로희(Rohee)118일에 태어났습니다. 아내가 출국한 지 어느덧 2달이 다 되어 갑니다.

 

저희 부부가 다운교회 부임하면서 미국 영주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지금은 ESTA 비자로 미국을 오가는데,  ESTA 비자로는 미국에 최장 3개월까지만 체류할 수 있기 때문에, 체류 기간이 거의 끝나는 46일에 귀국할 예정입니다. 미국 체류가 길어진 것은 산후조리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육아를 위한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민애는 법학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보내고 있고, 사위는 영어권 목회를 하면서 미국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데, 시어머니는 미국에 거주하시지만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 시간을 전혀 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도 잠간 미국에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아내가 없는 동안 제가 장모님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집을 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가는 대신에 이번에 대형TV를 하나 장만했습니다. 요즈음은 가격도 현저히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USB 카메라를 연결하면 구글미트를 이용해서 화상채팅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 장모님은 귀가 전혀 들리지 않으시고, 초기 치매 증상도 있기 때문에 요양병원에도 모시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데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도저히 저 혼자서는 집에서 모시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때 필요한 결정을 내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새벽에 주무시고 늦게 일어나시기에 아침은 드시지 않고, 요양사 선생님이 오셔서 늦은 점심과 약을 챙겨주시고, 목욕도 시켜 주시기 때문에, 저는 저녁 식사 한 끼와 저녁 약을 챙겨드리기만 하면 됩니다. 다만 집을 나가셨다가 다시 들어오지 못해서 여러 번 서로 고생한 적이 있어서, 중문에 번호키를 설치해서 집안에서만 갇혀 지내시는 것 같은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제가 밥은 잘 챙겨먹고 지내는 지 염려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원래 요리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 편인데다가 수요낮예배 식사봉사팀과 주일 친교를 준비하시는 팀에서 미리 챙겨두신 반찬과 남은 밥을 저희 집으로 배달을 해 주시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일주일 먹고 지내기에 부족함이 없고 따로 밥을 할 일도 없습니다. 오히려 챙겨주시는 음식이 적지 않아서 다 먹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챙겨 주시는 다운가족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장모님은 이제 혼자서는 전혀 요리를 하실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식사는 혼자서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서 드시면 식사 시간이 거의 2시간은 걸리시는 데다 다 드시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제가 떠 먹여드리고 있습니다. 목사 사위라 어려워서 그런지 제가 떠 먹여드리면 얼른 얼른 잘 받아 드십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전에 늘 드시던 식욕 증진제도 쓰지 않고 있고, 마음도 많이 안정이 되셨는지 주무시는 것도 많이 좋아지셔서 수면제도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있습니다.

 

다만 치매로 기억이 점점 오락가락하셔서 매일 수도 없이 은영이 어디 갔냐?” “은영이 언제 오냐?” 묻고 또 묻습니다. 딸이 자기를 버려두고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는 것에 대한 섭섭한 마음과 권사님 친정 엄마로서 목사님인 사위를(자기 남편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서로 뒤엉켜 작동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장모님과 둘이 지내는 기간이 힘든 점도 없지는 않지만, 한편으로 저에게는 축복의 시간입니다. 아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수고했는지, 제가 도와주면 훨씬 더 쉽다는 것, 그리고 아내가 없으니 인생이 얼마나 무미건조해지는지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천성 가는 길이 결코 쉽지않은 줄 아는데, 치매가 왔을 때는 더 어렵다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빠르고 늦고가 있을 뿐이지 저에게도 그리고 누구에게나 이와 같은 시기가 찾아올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겨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게 됩니다.<석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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