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 성령님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나의 낮은 골짜기
겸손으로 가장한 열등감으로 나타나는 하나님에 대한 불신앙
지금 제 목소리가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주일 심야기도회 첫날에 참석하신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저의 목은 이미 그 때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난 주 중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에서 다섯 번의 강의 중에 네 번째 강의를 하는 중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정말 당황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에서 몇 일 더 일찍 돌아왔어야 했었어~~~’라는 내적인 후회가 잠깐 솟아나기도 했지만, 저는 너무 촉박하게 귀국한 저의 일정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습니다. 법학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는 딸 민애의 기말고사가 끝난 후 함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귀국 날짜를 최대한 늦춘 것인데,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도 저의 목회 사역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후회의 마음을 밀어내니 대신에 ‘지금 주님께서 나에게 무슨 일을 하고 계신건가?’라는 질문이 마음속에 떠오릅니다.
지금 우리는 나의 오순절, 다운교회의 오순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순절은 성령님께서 사람을 통해서 마음껏 일하시는 날입니다. 성령님께서 나를 누군가에게로 보내셔서 당신께서 역사하실 통로로 삼고자 하실 때에 내가 순종의 발걸음을 내디디면, 성령님께서 나를 통해 당신의 크심과 능력을 나타내 주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순절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성령님께서 나를 “보내고 싶어 하시는데도” 왜 나는 “안됩니다. 주님!!”을 연발하면서 오순절을 가로막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십니다. 저는 특별히 말씀사역자로 부르심을 받았는데, 우리교회 외에 다른 공동체에서 설교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강사로 요청을 받을 때, 거의 세 번 네 번 반복해서 거절합니다.
제가 강사로 섬기는 것을 거절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 교회 사역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저의 내면을 살펴보면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설교에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재미있는 설교자가 얼마나 많은데 제가 강사로 섬깁니까? 게다가 저는 설교의 능력을 믿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유명하다는 강사가 크게 은혜를 끼친 후에도 교회에 실제로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고, 내 설교를 그렇게 많이 들은 사람도 잘 변하지 않는데, ‘어디 가서 한 두 번 하는 설교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하는 절망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열등감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나보다 탁월한 강사도 못해내는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불신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불신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나님을 믿어드리는 마음이 계속 솟아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도, 하나님께서는 나를 쓰실 수 있지 않으실까?’ ‘나의 설교도 부족하고, 전달도 부족해도 하나님께서 나를 쓰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기대하는 열매가 맺히지 않아도, 하나님께서 기대하시는 다른 열매가 맺히지 않을까?’
그래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불안 초조한 마음 대신, 이런 상태의 나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하실까 하는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컨퍼런스의 남은 강의도, 그리고 어제 토요일의 은혜 샘물교회 목자수련회도 평안한 마음으로 잘 섬겼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부터는 주님께서 저를 보내시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면 어디든 피하지 않기로 결심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반드시 하시고 싶은 말씀을 저에게 주실 것이고, 저는 저의 최선을 다해서 주님께서 하라시는 일만 하면 되고, 주님께서 주신 메시지만 전하면 된다고 주님을 믿어드리기로 했습니다.
성령님께서 오시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저의 골짜기는 때로 겸손의 모습으로 치장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을 감추고 있는 것이고, 그 중심에는 하나님에 대한 불신앙이 자리 잡고 있음을 봅니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속지 않고, 주님을 믿어드리는 순종의 모험을 하기로 다짐하며 결심한 것입니다.
성령님께서 나를 통해서 일하시고 싶어 하셔도, 그것을 지속적으로 거절하는 “여러분”의 낮은 골짜기는 무엇입니까? 회개하십시다. 나의 낮은 골짜기를 찾아 메우십시다. 높은 언덕을 깎아 내십시다. 상처로 삐딱하게 굽은 마음을 곧게 펴십시다. 울퉁불퉁 변덕이 심한 내 마음을 대패로 밀듯이 밀어내십시다.
성령님 오실 길을 예비하십시다. 그리고 나를 통해서 일하실 성령님을 기대하며, 주위에 내가 찾아가야 분들을 찾아보며, 나를 통하여 이루실 성령님의 역사를 기대하며, 남은 한주간의 5015기도회와 심야기도회에, 그리고 오순절 역사속으로의 예배에 기쁘게 참여하십시다.<석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