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5) 드디어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모든 엄마들은 위대합니다. 경의를 표합니다.
한국시간으로는 화요일 저녁에 입원해 유도분만을 시작해서 금요일 새벽 4시 40분에 태어났으니 무려 50시간이 넘는 기도와 기다림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자는 중에 태어날까봐 산모의 상태를 보며 잠자는 시간을 조절하며 기다렸는데, 안타깝게도 제가 자고 있는 중에 태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태어난 지 30분만에 가장 먼저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가능하면 하나님께서 주신 방법으로 자연분만을 해 보려고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렸는데, 결국은 수술을 통해서 출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위가 수술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가족방에 글을 남겼습니다.
민애가 곧 제왕절개 수술을 받게 될 텐데, 아무것도 이 출산의 과정에 우리가 계획했거나 원했던 대로 전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선하시고, 우리를 위한 더 좋은 계획을 펼쳐가심을 압니다. 민애와 로희를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Minae is getting a c section surgery soon. Nothing in this birthing process went as we planned or wanted, but God is still good and we know he has a better plan for us. Please pray for Minae and Rohee.
저는 민애의 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그 때 저희 가족은 미국에서 영주권 수속 중이었는데, 수속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져서 미국 국경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 길어졌습니다. 그러나 민애는 멕시코 단기선교를 너무 너무 가고 싶어 했고, 단기선교를 떠나기 전에 영주권을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긴 선교훈련을 다 받았습니다.
그러나 떠나는 날까지도 영주권은 나오지 않았고, 팀은 멕시코 국경을 건너기 전 샌디에고에서 하루를 지내며 그곳 멕시코인들을 대상으로 최종 복음제시 훈련과 실습을 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 하루 사이에 영주권을 주실 수도 있으니까 갈 수 있는 끝까지 가 본다는 믿음으로 함께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결국 국경에서 선교팀은 멕시코로 입국하고, 민애는 그들을 배웅하고 혼자 속상한 마음으로 산호세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그 후에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에 대한 섭섭한 마음에 믿음이 흔들리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 개월 후에 미국에서 추방될 위기를 통과하고서, 하나님께서는 신기하고 놀라운 방법으로 영주권을 선물로 보내 주셨습니다. 저는 시온영락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하게 되었고 민애는 시온영락교회의 첫 멕시코 단기선교팀에 합류하여 당시에 훈련받았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고, 그 이후 지금까지 15년 동안 해마다 학생·청년들을 인솔하여 멕시코 땅을 섬기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어느 것 하나 손해가 되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미리 막으셨고, 그리고 더 좋은 선물을 주셨다고 믿습니다. 이번 로희의 탄생과정도 마찬가지라고 믿으며,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민애가 1992년 5월에 태어났으니 어느덧 32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당시 상황이 또렷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 가지는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아내가 꼭 사진을 찍어두라고 해서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머리카락이 쌔카맣고 얼굴이 쪼글쪼글한 상태로 태어난 민애를 보면서 반갑기도 했지만 나름 충격도 되었기 때문에, 이 모습을 기록에 남겨서는 안되겠다 생각해서 결국 사진을 찍지 않았던 기억입니다.
로희도 그 때 민애처럼 머리카락이 쌔카맣게 자라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그때 기억이 더 생생해지고, 앞으로 성장해갈 과정도 더욱 더 기대가 됩니다. 그 때는 제가 어리고 철이 없었고, 또 회사 일이 너무나 많고 바빠서, 아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지금처럼 마음 졸이며 함께하지 못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찾아옵니다. 모든 엄마들은 너무나 위대합니다. 모든 엄마들께, 특별히 다운의 엄마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다운가족 여러분들의 기도와 축복에 감사드립니다.<석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