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4) 로희가 태어난지 4개월 열흘만에 드디어 품에 안았습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 로희가 탄생한 지 4개월 하고도 열흘 만에 드디어 제 품에 안았습니다. 늘 사진으로 보고 또 영상으로 보아왔기 때문에 실제로 만나면 어떨까 싶었는데 손녀를 만난 기쁨도 너무나 크지만, 오랜만에 딸을 만난 기쁨이 더 크고, 딸이 낳은 아기이기 때문에, 손녀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나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 기쁘고 감사합니다.
목요일 아침에는 집사람은 피곤에 지쳐서 누웠고, 딸은 서둘러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방으로 들여보내고, 제가 혼자 로희를 독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민애, 희민이가 클 때도 5분 이상 놀아주는 것이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살짝 걱정이 되었는데.... 로희와 이렇게 놀고 저렇게 놀다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이 신기한 둘만의 시간이, 하루 사이에 로희가 보고 싶어진 아빠에게서 걸려온 전화 때문에 끝이 났고 말았습니다.
이전에는 로희가 아빠는 실물로 보고 저를 전화기 스크린 안에서 만났는데, 이제는 할아버지는 실물로 보고 아빠를 전화기 스크린 안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형TV 스크린에서 자기보다 더 크게 보이는 자기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였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성장하는 세대의 정신 세계는 어떻게 펼쳐질까?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는 세대는 절대로 나와 같은 세대가 될 수 없는 "다른" 세대일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옵니다.
금요일 새벽 3시, 찡얼대는 로희의 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옆을 보니 아내는 피곤에 지쳐 잠들어 있습니다. 민애의 시험 준비를 도와주겠다고 한국까지 오게 했는데 나라도 얼른 나가서 로희랑 놀아주어야지 하는 생각에 눈을 비비며 나갔습니다. 엄마는 공부를 하게 하고 제가 1시간 20분을 로희와 놀아주었는데, 마침내 로희가 짜증스럽게 울기 시작합니다. 저로서는 속수무책입니다. 그 순간 아내가 눈을 비비며 나와서 바통 체인지를 해 줍니다. 신기하게도 할머니 품에서 로희의 울음이 그치고 10분 만에 잠들었습니다. 엄마와 할머니는 정말 놀랍고 위대합니다.
로희와 겨우 이틀 함께 하면서, 맞벌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시대의 청년 세대에게 출산과 육아는 얼마나 힘겨운 도전이 되겠는지를 온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한국의 출산율이 낮은 것에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젊은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을 힘써 찾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정책이 나온다면 적극적으로 지지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요즈음 우리 교회에서 계속해서 새생명의 탄생하고 있는데, 작은 것이라도 교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힘써 찾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영유아부에서 필요하여 요청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지원하도록 하십시다.<석목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