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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사랑방

홍콩에서 나고야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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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고야로 단기 선교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더니 \"한국에서 한 번도 단기 선교 여행을 가지 않더니 홍콩에서 웬 나고야?\"하며 아내가 생뚱맞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맞는 얘기라고 수긍하면서도 왠지 동의하기 싫더군요.  다운교회에서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때마다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면 한 두 번쯤은 갈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운 교회 생활 10년이 넘도록 한 번도 교회 주관 선교 여행을 가지 않은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만큼은 꼭 가고 싶어 강성광 집사님께 여건이 되면 홍콩에서라도 가겠노라고 호언장담을 하였는데 이번엔 여건이 허락했습니다.
  그런데 허락된 여건이나 가겠다는 의지는 분명한데 전도에 대한 사명감이나 내 마음의 진심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남들 다 가는데 나도 가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오바(?)하면서 홍콩에서 나고야로 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새벽 기도회에 나가 이번 선교 여행이 의미 있는 전도 여행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땡볕 등산 훈련을 통해 선교 여행에 대한 나의 결연한 자세를 다졌습니다.
  이렇게 어설프기 그지없는 심리적 갈등은 전혀 새로운 곳에서 해결되었습니다. 지난 7월 초에 제가 다니는 홍콩 엘림 교회에서 사흘간 말씀 집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집회에서 그 동안 너무 오래도록 잊고 지냈던 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입니다... 너무 식상하죠? 그런데 이 식상한 것이 이번에 제게 생명이 되었습니다. 제게 이러한 메시지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저는 너무 율법주의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지식으로 아는 것과 정서적으로 자녀라는 정체감을 갖는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지식으로만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알 때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 위한 행위들을 추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행위를 통해 자녀가 되는 모든 노력은 반드시 실패하게 됩니다. ‘반드시’라는 말이 좀 거칠기는 하지만, 적어도 저한테는 맞는 말입니다. 큐티가 잘 되고 기도가 잘 될 때는 확실히 하나님의 자녀로서 부족함이 없었습니다만, 신앙생활에 힘이 없고 낙심되고 원치 않는 죄들을 짓게 될 때에는 한 순간에 고아가 되어 버리곤 했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고아의 정체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안정감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경준 목사님께서 선교 단체를 섬기고 있을 때의 자전거 일화가 가장 적절한 예가 될 것입니다. 명철이가 아버지 자전거 뒷자리에서도 고급 승용차를 탄 급우에게 당당하게 “우리 아빠다!”라고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명철이가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가졌던 ‘반석 같은’ 안정감이었습니다. 확고한 안정감을 누리는 아이가 느끼는 고급 승용차와 자전거와의 괴리는 오직 네 발 달린 차와 두 발 달린 차의 바퀴 개수 차이 뿐입니다.
  그런데 명철이는 어떻게 흔들림 없는 안정감을 키울 수 있었을까요? 물론 우리 목사님께서 명철이를 사랑과 정성으로 키우셨기 때문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는 여기에다 한 가지 이유를 제 경험을 들어 덧붙이고자 합니다. 지난 주에 한인국제학교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나가는 공립 장애인 학교에 우리 아이들의 활동을 평가하러 갔었는데 간 김에 두 시간 정도 음악 수업 도우미로 참관했습니다. 그 수업에서 어느 중증 장애 여자아이와(의사소통 불능, 앉고 일어서기 불능, 대소변 가리기 불능) 그 옆에 있는 도우미가 유난히 제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그 도우미는 말귀도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할 아이의 귀에다가 소곤소곤 비밀스런 귓속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행복에 겨운 눈빛으로 아이와 눈맞춤을 하였습니다. 일거수 일투족이 예사스럽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아이의 엄마였습니다. 자기 속으로 낳은 자식이기에 사랑할 만한 것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아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아니, 자기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이기 때문에 그 엄마 눈에 그 아이가 아기 천사였던 셈이죠.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 되신 하나님을 떠올렸습니다. 가끔 제 자신을 돌아볼 때 중증 장애아와도 같은 끔찍한 자아상을 볼 때가 있습니다. 이런 비참한 제 모습을 완전하신 하나님 앞에 드러내는 것이 너무 부끄럽고 두려워 아버지 하나님로부터 도망쳐 스스로 고아가 되어 버립니다. 그러나 아버지 하나님은 제가 스스로 통렬하게 정죄해 버린 저를 비밀스런 귓속말로, 기쁨에 겨운 눈맞춤으로 사랑해주십니다. 왜냐하면 그 분은 저를 낳은 엄마,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고 인정할 때 우리는 아버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흔들림 없는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오는 제 언어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십시오. 나고야에서 만날 일본인들에게 저의 고백과 진심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전도지를 받는 현지인들이 창조주 하나님을 그들의 아버지로 인정하기를 기도합니다. 일본 땅을 밟는 저희의 발걸음들이 헛되지 않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홍콩에서 이창우 드림
2 Comments
강성광 2006.07.19 01:32  
  이창우 집사님! 반갑습니다. 꼭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번 단기 선교 기간 중 수요일에 전도대회가 있습니다.
일본측 주강사는 히메이 일본총동원전도 지도 목사입니다.
이창우집사님은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도 대회 한국측 간증자로 선정되셨습니다.
통역은 강성광집사(다운교회소속/한국외국어대 어학원일어강사)가 합니다. 기도와 철저한 준비로 이번 부흥 집회를 맞이합시다!!
이 내용 그대로 간증해 주셔도 무방할 정도로 훌륭한 내용입니다.
민경순 2006.07.22 15:30  
  참 귀하고 아름다운 글입니다.
깊은 나눔에 감사드립니다.
영아부에서 자매님의 찬양 율동\"나는야 주의 어린이\"가 생각납니다.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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