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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사랑방

고즈넉한 가을여행

바람(함용태) 2 1234
제법 선선한 기운이 돌더니만 \"이젠 가을이로구나\"라는 소리가 절로 납니다.
종로구역에선 10월의 구역모임을 강화도에서 갖기로 연초(?)부터 작정한지라
10/9일 예배를 마치고 교회에서 주시는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출발 강화로\"란
구역장님의 힘찬 구령(?)과 함께 4대의 승용차에 무려 21명의 구역식구가
나눠 타고 가을을 만끽하러 드디어 나섰습니다.
           14시20분
-전주가 있습니다. 일명 Prelude라고 하나요
따사로운 차창너머의 들녘 풍광이 넘실대는 가운데 소풍 가는 어린애 만큼이나
모두들 설레는 마음입니다. 복잡한 시내를 빠져 나와 강변도로를 달리며 승용차마다 삼삼오오 토크가 이어집니다.  

<하나님과 교통경찰관의 공통점은? 안 보이는 곳에 있다.> 이와 같은 유머가 오늘 있을 즐거운 일들을 예고해 줍니다. 길가의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만큼이나 토크가 만개합니다. 언제부터인가 토크는 종로구역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시간반 쯤 달리다보니 강화대교를 넘어섭니다. 썰물 때라선지 드러난 갯벌이 섬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합니다.

강화는 종로구역 윤금희집사님의 고향입니다. 손님 맞을 준비를 할 양으로
유적지 관람은 신랑 함용태집사님께 맡기고 고구마를 캐고 있다는 친정으로
내달음질 칩니다.
         16시 10분
-1부, 광성보를 돌아보며
강화엔 고려시대부터 외적의 침탈을 막고자 세워진 진지가 많습니다. 해안가를
따라가다 보면 크고 작은 진지가 곧잘 보인곤 합니다. 그 중 가장 경관이 수려하고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곳이 바로 광성보입니다.

김포 맞은편 바닷가에 구축된 광성보는 소나무 숲길이 좋습니다. 마침 바닷가에 있는지라 해풍에 소나무 향을 곁들여 놓으니 가슴깊이 저미는 바람결이 새롭습니다. 치솟은
송림사이 길을 찬찬히 걷다 보면 1871년 신미양요(미국과의 전쟁이었죠) 때
장렬히 전사한 어재연장군과 부하들의 무덤과 비각들이 보입니다. 국사공부
실감나게 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잘 조성된 보를 따라가다 보면 끝자락에 급히 휘돌아 흐르는 협해(일명 목)가 보입니다. 멀리 남녘에 강화의 상징인 마니산이 보입니다. 세워진 포를 보면서 왜 건너편 김포 육지에 세우지 않고 섬 구석을 방비하는 포를 세웠는지 조상님들의 생각을 헤아려 봅니다. 어쨌든 격동의 구한말에 고생하신 조상님들이 안타깝게 생각되며 잘해야지 라는 각오도 해봅니다.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 성문을 돌아보고 히스토리도 읽노라니 낯익은 대추장사(?)가 등장했습니다.
강화댁 윤금희집사님의 맏딸 함정수양이 할머니댁에서 따온 대추를 한소쿠리
곁에 끼고 퍼줍니다. 맘 좋은 대추장사입니다. 돈도 안받고 주는 대신에
사랑을 한껏 받는걸 생각하니 크게 이문 남긴 장사꾼이 듯 싶습니다.
      17시30분
-2부,  웰컴 투 동막해수욕장
갈 곳 볼 곳 많다지만 해너미를 구경해야 강화의 장관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일몰의 아름다움은 무엇보다 날씨가 큰 몫을 합니다. 뭔가를 하자면 첫째가 날씨인데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일기입니다. 오늘은 해너미의 월척(?)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자! 해를 따라 서쪽으로\'  많이 듣던 광고카피죠.
급히 차를 몰아 동막해수욕장으로 내달립니다. 벌써들 채비를 차려 집으로 가는
차들이 길을 막아섭니다. 강화를 손바닥 보듯하는 관계로 샛길로, 차없는 길로
달립니다. 4대가 연이어 잘 따랄 붙습니다. 다운교회 식구들은 운전도 잘하십니다. 마니산 자락을 오른쪽에 끼고 돌며 멀리 영종도 공항의 비행기 뜨는 장면을
연출하는 석양의 갯벌, 동막해수욕장입니다. 산자락을 돌아서니 호박도곤 더
붉은 해가 오롯이 떠 있습니다. 해 떨어지기 10분이나 남았을까. 운도 좋습니다.

빼곡히 들어선 차들 사이를 비집고 모래사장으로, 갯벌로 내달아 지는 해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연신 토합니다.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신발을 벗어 재치고 갯벌로 뛰어들어 게를 잡는다 망둥이를 잡는다 난리입니다.
한참을 놀다 보니 어둠이 무겁게 내리며 뱃속에 허기짐을 알리는 신호가 요란합니다.
        18시20분
-3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미리 식당을 섭외 해 논 모양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전어에 왕새우 철!!!
강화에서 풍광이 좋아 외지인들이 전원주택지로 선호한다는 선두리 포구 앞.
요즘은 가천의대 앞으로 더 알려진 곳에 <산뒤마을>이란 한껏 뽐낸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3층 테라스에 저희 구역식구들을 위해 특별히 세팅한 식탁에
앉았습니다. 갓 뽑아낸(?) 아이, 박주영군을 빼곤 숟가락 집어든 손길이 20.

내오기가 무섭게 먹어댑니다. 오죽하면 식사기도가 중간에 진행되는 의도된
실수(?)가 발생합니다. 하나님도 용서하실 겁니다. 싱싱한 전어회 무침이 칼칼하게
입맛을 돋굽니다. 녹차전이니 옥수수볶음이니 나오는 대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우리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차이가 없습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왕새우 소금구이가 식탁에 오릅니다. 파닥파닥 뛰는 놈들이
식감을 더합니다. 제 몸에 소금 배어드는 줄은 모르고...  새우회를 먹겠노라고
시도합니다. 생긴 것과 달리(?) 먹는데 몬도가네식을 보여주는 함용태집사님의
시범에 따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시도합니다. 그 중 압권이 박세준집사님의
쌍둥이 아들 찬익이는 거침없이 손을 더 내밉니다. 곱사등을 하고 불그스름하게
익어가는 왕새우소금구이를 먹노라니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이제 눈앞이 좀 보이기 시작합니다. 차오르는 뱃심에 여유들이 생긴 모양입니다.
두어달 전에 종로구역에 새 식구로 오신 박세준,강경선(연주,찬익) 가족을 아시죠. 인상 좋고 넉넉한 웃음이 꽉차보이는 가정입니다. 포도주를 수입하는 비즈니스를 하시죠.
루마니아 산 <뱀파이어> 한병을 꺼내시더니 능숙한 솜씨로 서빙을 하시는거 있죠. <뱀파이어와 키스>를 한번 해 보라나요. 저희는 그저 <뱀파이어와 키스>만했지요. 포도향이 나더라구요. 어떤 집사님은 성찬(?)식이 아닌가 싶었다나요. 짠지를 곁들여 음미하니 가히 일품이라나요. 퓨전 음식한가지 개발되는 순간입니다. .
아무튼 맛에 맛을 더하고 음식 맛에 깊이를 더하는 묘미(?)가 있더라구요.

가을 하면 꽃게 아닙니까? 꽃게탕이 좌~악 깔리는데 그 부른 배에도 불구하고 공기밥 시켜서 잘 먹습니다. 테라스 한구석엔 숯불사이로 군고구마 익는 냄새가 자욱합니다. 믿은 지 두어달 밖에 되지 않은 김경두집사님(누구는 목사님이 될거라는 설이 있다고 함. 박진효,김선자집사님 처남임)식음을 전폐한 고구마구이 사역은 모두를 감동케 했습니다.

시원한 꽃게탕 국물을 보노라니 라면사리 생각이 습관적으로 떠오릅니다. 신라면 잘게부셔 넣고 잔에 따라져 주인의 입술을 애타게 기다리는 <뱀파이어> 한 방울 떨구어 휘졋습니다. 이만큼 먹었는데 라면사리 맛이 있을까? 웬걸. 잦아드는 젓가락 질을 보며 사람 배는 찰고무(?)로 만들어 졌구나 하며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月出於西海之上 (달이 솟아 해진 바다위로 걸리고)
徘廻於航路之間 (비행기 사이를 흐르는데)
소동파의 적벽부가운데 한 소절이 문득 떠오릅니다. (작가의 동의 없는 패러디임)
초승달 빛은 교교히 흐르고 배는 한껏 부르고 노래 한자락이 없을 수 없습니다.

가시밭에 한송이~~~~~가 울려퍼지며 시와 찬미의 밤으로 이어집니다.
괴목인지 비목인지가 나오고 이순원집사님<소프라노>과 함용태집사님<테너> 두엣으로 두둥실 두리둥실 배떠나간다~~~가 불려집니다. 이미 세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프리마돈나 이순원집사님의 가곡 솜씨 이미 맛 본지 오랩니다. 허나 오늘밤 만큼은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고즈넉한 가을밤에 스러져가는 달빛을 받으며 묵직한
뱃속을 차고 오르는 소리를 듣노라니 \'아! 은혜로다\' 싶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을 재촉하려는데  농익은 군고구마 한 접시가 날아듭니다.
한 두개씩 집어 들고 까먹습니다. 맛있습니다. 대체 얼마를 먹는지 몰라도 종로구역의 구역모임은 예나 지금이나 먹는 것 에 목숨을 겁니다. 그렇다고 저희 종로구역이 먹고 마시고만 한다고 오해하진 마시기 바랍니다. 야외에 나왔으니 전도해야 되는 거 아니겠어요.

우리 아이들, 함정수,박은호,함종훈,박은민.김시용,박정인,박연주,박찬익
글쎄 이 아이들이 식탁에 널려있는 그릇,수저,물통,가스레인지,냄비....을
아래층 주방으로 나르는 게 아니겠어요. 커피도 곁불 쬐는 집사님들께 나르고.
주인장은 놀라다 못해 식당20년에 이런 일도 있나요 하며 어는 교회냐고 묻더라구요. 얼른 다운교회라 그랬죠. 음식점 사장님이 크리스찬 다시 보고 다운교회를 머리 속에 단단히 새겼을 거예요. 혹 가시게 되면  다운교회에서 왔다 하면 서비스 좋을 거예요.

먹을 땐 즐거웠는데 막상 계산하려 드니 만만치 않을 듯 싶습니다. 예정한 회비로는
턱없이 부족할 듯 싶어 구역장님께 크게 민폐 끼치나 싶었습니다. \'Dead Man Walking\'
이럴 때 쓰는 표현이 맞나요. 헌데 기적이 일어 났어요. 누군가 계산을 했대요.
한 두 푼도 아니고 이 어려운 시절에 독박을 스스로 짊어지는 백기사가 있다니.

강보에 싸여 연신 눈을 마주치며 웃고 웃고 하던 백일돌이 박주영(축구선수 박주영이 아니라 박진효,김선자집사님 가정에 주신 하나님의 선물--한나에게 주신 사무엘- 처럼 기적이 일어난 거죠)이가 계산했대요. 크게 될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더니 백일에 구역식구들을 이렇게 즐겁게 해주면 돌 때는 어떨까 상상해 봅니다. 또 커서 모두에게 끼칠 영향력을 가늠해 봅니다. 휴~ 내심 가슴을 쓸어 내리며 뻔뻔하게(?)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무럭무럭 잘 커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출중한 사람이 되길 기원합니다.
     21시30분
예정했던 해수사우나는 다음으로 미루고 집으로 발길을 재촉합니다. 타고 갈 차편을 나누고 헤어질 인사를 할 즈음. 강화댁 윤금희집사님이 친정에서 갓 캐낸 고구마 한 박스를 뜯더니 집집으로 고구마를 나눕니다. 비록 덕 영글었지만
강화 특산물이라는 순무를 보태서 맛보라고 합니다. 끝까지 감동입니다.

-에필로그
집방향으로 길을 잡으며 다시 토크가 이어집니다. 喪상해보면 차량마다 이런 토크가 있지않을까 싶네요. \"날씨도, 땅 기운도, 풍광도, 넉넉함도, 면면의 마음 씀도 다 아름다운 날이라고요. 풍요로운 자연과 좋은 사람들과 더불어 지내는 이 시간이 하늘나라에서
맛볼 그런 삶을 보여주신 것 아닐까?”  하나님의 은혜 속에 살아간다는 생각이 퍼뜩 듭니다. 그저 감사한 일이지요. 곤히 쓰러져 천사와 토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라고 말이죠.

등장인물
박지수,홍희정,박은호,박은민   이순화,이순원   박진효,김선자,박정인,박주영
함용태,윤금희,함정수,함종훈   박세준,강경선,박연주,박찬익   김경두,김정선
김시용(출장간 홍미정집사님의 맏아들)
2 Comments
홍희정 2005.10.12 06:53  
  구역모임만큼이나 기대되는 함용태집사님의 글..
정말 그 상황을 그대로 다시 보는 듯 합니다.
이런 분들과 같은 구역인것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최선귀,민윤기,홍미정,김종림집사님 식구들이 참석하지 못해 아쉽지만
모두 계신곳에서 멋진 삶을 살고 계실 것을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함집사님 멋진 후기... 감사합니다.
홍희정 2005.10.31 19:21  
  갤러리에 사진도 있어요
(장성보사진...백일이 지난 주영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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