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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한 이야기 - 나이 들수록 가요무대가 좋아진다

박진우 6 817

KBS에서 매주 월요일 밤에 방영하는 <가요무대>가 있습니다. 제가 20대를 보내던 80년대 어느 무렵에 방영이 시작된 프로그램입니다. 20대, 30대 시절을 보내는 동안에는 그 프로그램을 제가 직접 선택하여 본 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가끔 식당 등에서 스쳐가듯 본 적이 있는데 그 때의 느낌은 흘러간 가수들이 흘러간 시절의 노래를 부르며 추억하는, 뭐랄까 낡고 시대착오적 촌스런 프로그램이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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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지방에 계시는 노모께서 저희 집에 올라와 지내실 때 종종 <가요무대>를 보시곤 하였습니다. 옛날 동네에서 알아주는 노래실력을 지니셨던 노모께서는 나지막이 원로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시곤 했습니다. 그때 농담 삼아 어머니께 뭐 저런 촌스런 프로를 보시냐며 짐짓 퉁을 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몇 년 전, 어느 월요일 밤 우연히 <가요무대> 프로가 방송 되길래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제 기억에서 거의 사라졌던 가요를 들으며 그 노래가 한창 유행되던 무렵의 제 과거를 더듬어 볼 수 있었습니다. 아련한 과거로의 포근한 시간여행을 한 것입니다. 거의 잊고 지냈던 지난 날의 기억을 단숨에 복원시키는 노래의 힘이 놀라웠습니다. 이후 몇 번 찾아서 시청하노라니 어느새 <가요무대>의 애청자가 되었습니다.

 

늘 바쁘다고 하면서도 굳이 <가요무대> 프로를 챙겨보는 저를 향한 식구들의 핀잔이 만만치 않습니다. 촌스럽다느니, 나이 든 어르신 같이 행동 하느냐느니…. 간혹 백댄서들이 나와 춤을 추기라고 하면 아내는 민망하다며 그만 보라고 난리입니다. 내 어린 시절의 노래를 듣노라면 그 때의 일들이 영롱하게 떠올라 가슴 뭉클해진다고 대답해보지만 가족들은 제 진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저를 놀려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사람에게 있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가요무대>를 좋아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요즘엔 월요일 밤 <가요무대>가 방영되는 시간엔 지방에 계신 팔순의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나눕니다. 함께 <가요무대>를 보며 이런저런 추억들을 떠올리며 대화하는 행복한 시간으로 보냅니다.

6 Comments
김수진 2011.02.13 04:14  
저희 시부모님도 꼭 보시더라구요. KBS 홈페이지에 가면 가요무대 방청신청을 할 수 있어요. 지난번에 시부모님 오셔서 보시도록 신청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못했어요. 혹시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분들은 해보셔요
이경준목사 2011.02.13 04:35  
가요무대가 우리 정서에는 꼭 맞습니다. 특히 그 시절 그 노래를 듣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어릴 때 김치 먹고 자란 사람이 김치를 좋아하듯. 나는 20살이 되어서 예수님을 믿어 가요를 더 듣고 자랐더니, 어떤 상황이 되면 찬송가보다 가요가 먼저 생각이 납니다. 삼각지에 가면 "돌아가는 삼각지" 가슴아픈 일이 있으면 "울려고 내가 왔던가" 아버님께서 늘 부르시던 "죽장에 삿갓 쓰고"는 내 18번이 되었지요.
신효상 2011.02.13 08:57  
예전에 모프로그램에서 연령대별로 들을 수 있은 음역대에 대한 실험을 한 적인 있었는데.. 연령이 높아질 수록 고음역대의 인지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그만큼 저음역대의 인지능력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친숙해 지는 결과가 나왔던 기억이 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오래전부터 저음역대의 노래를 듣는게 더 편하고 지금도 그런데.. 조숙했었나봐요^&^;
장혜란 2011.02.14 17:43  
애써 나이들어가고 있는 자신을 부인하려 "가요무대" 안본답니다^^
정미혜 2011.02.15 09:09  
얼마전 저와 동년배인 지인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가요무대라고 하길래 애늙은이라고 한참 웃었지요.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아니 웬걸 제가 좋아하는 노래가 여럿 나오더라구요.  가요무대하면 항상 '두만강 푸른 물에..'만 생각했었는데, 대학가요제 노래가 나오다니.... 참...
김동환 2011.02.16 23:44  
저와 아내는 7080을 좋아합니다. 아마도 지나온 과거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을것이고 역사의 뒤안길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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