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이야기 - 나이 들수록 가요무대가 좋아진다
KBS에서 매주 월요일 밤에 방영하는 <가요무대>가 있습니다. 제가 20대를 보내던 80년대 어느 무렵에 방영이 시작된 프로그램입니다. 20대, 30대 시절을 보내는 동안에는 그 프로그램을 제가 직접 선택하여 본 적은 전혀 없었습니다. 가끔 식당 등에서 스쳐가듯 본 적이 있는데 그 때의 느낌은 흘러간 가수들이 흘러간 시절의 노래를 부르며 추억하는, 뭐랄까 낡고 시대착오적 촌스런 프로그램이라고 여겼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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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지방에 계시는 노모께서 저희 집에 올라와 지내실 때 종종 <가요무대>를 보시곤 하였습니다. 옛날 동네에서 알아주는 노래실력을 지니셨던 노모께서는 나지막이 원로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시곤 했습니다. 그때 농담 삼아 어머니께 뭐 저런 촌스런 프로를 보시냐며 짐짓 퉁을 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몇 년 전, 어느 월요일 밤 우연히 <가요무대> 프로가 방송 되길래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제 기억에서 거의 사라졌던 가요를 들으며 그 노래가 한창 유행되던 무렵의 제 과거를 더듬어 볼 수 있었습니다. 아련한 과거로의 포근한 시간여행을 한 것입니다. 거의 잊고 지냈던 지난 날의 기억을 단숨에 복원시키는 노래의 힘이 놀라웠습니다. 이후 몇 번 찾아서 시청하노라니 어느새 <가요무대>의 애청자가 되었습니다.
늘 바쁘다고 하면서도 굳이 <가요무대> 프로를 챙겨보는 저를 향한 식구들의 핀잔이 만만치 않습니다. 촌스럽다느니, 나이 든 어르신 같이 행동 하느냐느니…. 간혹 백댄서들이 나와 춤을 추기라고 하면 아내는 민망하다며 그만 보라고 난리입니다. 내 어린 시절의 노래를 듣노라면 그 때의 일들이 영롱하게 떠올라 가슴 뭉클해진다고 대답해보지만 가족들은 제 진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저를 놀려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사람에게 있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가요무대>를 좋아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요즘엔 월요일 밤 <가요무대>가 방영되는 시간엔 지방에 계신 팔순의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나눕니다. 함께 <가요무대>를 보며 이런저런 추억들을 떠올리며 대화하는 행복한 시간으로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