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목!
김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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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9 19:09
며칠 전
욕조에서 쪼로록 쪼로록 하는 소리가 나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달려가보니
10살 난 우리 경민이가 더워서 욕조에서 물놀이하다가 잠근다고 잠근 것이 그만...
(잠금마개가 열려있는 것을 보니 얼마나 흐른 건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재빨리 구멍을 막게 한 후, 이 물을 어쩌나 하고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어릴 적 부모님이 해주시던 등목이 생각났습니다.
미안해 하고 있는 경민이를 보면서, 등목을 시켜준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빨리 옷을 벗게 하고 엎드리게 했습니다. 바가지 대용으로 플라스틱 용기를 들고 등에 물을 쫘~~악!
즐거운 비명소리... 내가 어릴 때 우리 집에서 터져나왔던 그 시원한 비명소리!!
경민이는 이렇게 시원할 줄 몰랐다며 계속 바가지로 물을 끼얹어 달라고 졸랐습니다.
다음 날도 또 해달라고 조르더군요.
어제 교회에서 돌아와서 경민이는 또 졸랐습니다. 아직 욕조의 물이 많이 남아있었지요.
경민이만 해줄 것이 아니라 남편도 해주어야겠지요?
예전에 어머니가 아버지께 해 드리던 등목을 이젠 남편에게 해주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했습니다.
으~~~시원해! 으하하 웃는 남편의 목소리도 정겹고,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아이들의 눈가에 피어오르는 장난기와 익살
스런 웃음으로 참 행복한 저녁을 보냈습니다.
요즘은 다 샤워기를 이용하다 보니,, 어째 이런 등목이 특별한 일이 되어버린건지..
더운데 오늘은 시원하게 등목 한번 하시죠? (다들 하시는데 저만 뒷북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