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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를 좀 하지? 인사를...\"

김경민 0 1242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감사한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한 해 동안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에 있음에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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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를 좀 하지?, 인사를…”
“ 안녕하십니까?”

난 처음 ‘인사’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몰랐다.
그래서 지난번 조사를 받을 때 옆에 앉아 있던 다른 분이 그렇게 이야기했을 때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계신 분들에게 인사를 했었다.
어처구니 없이 나를 바라보던 그 분들의 실소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당시 난 ‘대표이사’의 직함을 대신하여 조사를 받기도 하는
그런 직책에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사장’의 이름으로 불리어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대표이사’의 위임을 받아 조사를 받는 나로서는 젊은 나이에
색다른 경험이었다. 대부분 사실과 다르거나, 오해에서 발생한 것들이었다.
그래도 10손가락에 인주를 뭍혀서 지문을 날인하고, 불편한 철제 의자에 앉아서
조사를 받는 것은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게다가 담배연기는 더욱 힘들었다.

벌써 수년이 지난 이야기이다.
자주 불려 가다보면 조사관과 피조사자 간에도 관계가 생기게 된다.
대부분의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을 확인하고 나서는 나를 조사하던 조사관도
나에게 사적인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물론 나는 기회다 싶어 교회 이야기를 꺼내었다.
교회에 관한 조사관의 ‘철학’에 대해서 2시간 이상 넘게 들은 이후에야 비로소
‘복음’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 지금 조사 받으러 와서 무슨 전도하는 거냐? 교회 이야기 하는 사람 처음이다.”

이런식의 이야기는 나에게 칭찬이다. 내심 기분이 좋았다.
다시 조사로 돌아가 상당 시간을 조사한 이후에 나오는 길에 다시 확인을 했다.

“ 이번주 주일에 사모님하고 꼭 교회 다녀 오십시오. 다음주에 제가 여쭤 보겠습니다.”
“ 자네는 그게 더 중요하지?”

그 다음주에 조사 받으러 갔을 때 너무도 당연히 내가 물었을 때 교회에 가지 않았다는
조사관의 응답에 실망하지는 않았다. 일단 나에게 빚을 진 것이니…
조사관은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뜻밖의 제안을 내게 했다.  

“내가 점심 살게…따라와”
“네?”

사실 그 동안 조사 받는 과정에서 ‘식사를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문제 때문에
늘 식사시간을 피해서 갔었는데 이번에 먼저 식사를 산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다.
‘정말로 얻어 먹어도 되는 것인가?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 동생, 앞으로 동생이라고 부른다. 내 잔 한잔 받아라”

물론 난 콜라로 대신해서 받았다.
점심 시간을 통해서 조사관은 자신이 어떻게 이 자리에 있는지에 대해서 또 학교 시절,
그리고 가족들에 대해서 나에게 모두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나도 ‘형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복음’이야기를 했다. 어쨋든 난 \'공무원에게 밥을 얻어먹었다.\"  

지금 그 조사관 ‘형님’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공무원들은 인사 이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이동 후 ‘형님’은 몇 차례 이동을 거듭하면서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다시 보고 싶은 얼굴이다.


학창 시절 평생 가고 싶지 않은 3곳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병원, 법원, 경찰서가 그 곳인데 평생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겠다 싶어 병원을 택했고,
또 남에게 빚지거나 빚 받을 일 없이 원망을 사거나 받지 않고
검소하게 사는 것의 척도로 법원을 택했고, 마지막으로는 평생 범죄하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것의 척도로 경찰서를 택했었다. 물론 아직 나 자신의 문제로 3곳을
가 본적은 없다.(사소한 병을 제외하고 병원까지) 하지만 내가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을 생각했을 때 이미 그 생각은 접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병원에 갈 일’ 없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회사와 직원들 모두가 ‘원망 들을 만한 일’ ‘원망 할 만한 일’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또 경찰서에 갈 만한 일이 주변에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혹 애매히 불려 가더라도 지난번처럼 복음을 전할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비교적 병원, 법원, 경찰서를 자주가는 편이지만,
먼저 내 자신의 일로 가지 않음에 감사한다. 회사의 일로 가게 되더라도 정직한 마음,
위로의 마음으로 가게 되는 환경에 있음에 감사한 일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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