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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사랑방

복지관 가는 길(치매와 함께 하는 법)

김경민 16 1587

어머니와 복지관에 가는 길은 한편으로는 즐거운 길이다.

 

나는 언제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 봤던가

나는 언제 다정한 눈으로 언제 어머니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여드려 봤던가

어머니, 어머니는 또 언제 아들과 이렇게 시간을 보내 보셨던가

어머니는 언제 아들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 보셨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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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니가 치매에 걸리셨다. 나이 65세에 치매에 걸리셨다.

여의도성모병원을 주치의로 해서 치료중이시다.

어머니의 삶은 매우 단조롭다.

아침이면 복지관에 가셨다가 저녁이면 다시 집으로 오신다. 

아침엔 아들, 저녁이면 며느리의 손이 아니면 이동이 어려우시다.

 

어머니는 시골 교회에서 권사님이시다.

하지만 지금은 재미있는 이경준 목사님의 설교에도 자꾸 조신다.

옆에서 손을 잡아드린다. 그러면 몇 분 못 지나서 또 졸고 계신다.

교회 어르신들과도 친해지셨으면 좋겠다. 하지만 돌아서면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지 기억을 못하신다.

그래도 반갑게 맞이 해 주시는 배재현 장로님이 감사하다.

다른 아름다운 구역 어르신들이 감사하다.

 

어머니는 밤이면 수시로 화장실을 다녀오신다. 잠을 푹 못 주무신다.

화장실 다녀오신 것을 기억을 못하시니 조금만 신호가 와도 다녀 오시는 것이다.

어머니는 한자리에서 10번이든 20번이든 같은 말을 반복하신다. 같은 말을 물어 보신다.

그러면 10번이든 20번이든 역시 똑같은 어조와 느낌으로 같은 말들을 답해 드린다.

어머니는 수시로 시골에 데려다 달라고 하신다. 하지만 혼자서 밥을 안 해 드실 것이 너무 분명하다.

약을 드시는 것도 중단하실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를 시골로 다시 보내드릴 수 없다.

 

어머니의 서울 생활 역시 쉽지는 않다. 이곳은 공기가 나쁘다.

주변의 모습도 정겨운 시골의 모습이 아니다. 천만 인구가 모여사는 세계 10대 도시 서울이다.

서울의 시간은 지방이나 시골보다 3배는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다.

어머니의 눈에는 아마 별천지나 '사람이 못 살 곳'으로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나도 나의 고향 전남 신안에 가서 살고 싶다.

어머니와 가족들이 모두 함께 시골에서 살고 싶다.

시골의 푸른 하늘, 좋은 공기와 돌뫼산, 붉은 노을이 지는 들판, 원둑이 있는 바다가 그립다.

그리고 어릴 적 추억이 있는 모든 공간이 그립다.

그곳을 다시 밟으며 진현이 진솔이, 사랑하는 아내 규남, 그리고 어머니와 거닐고 싶다.

 

그러나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현재로서의 최선의 방법은 있다.

어머니와 우리 가족이 함께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다.

어머니와 즐겁게 사는 것. 얼마전 '치매환자와 즐겁게 사는 법'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가능성을 보았다.

사람이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정해진 일. 어머니에게 너무 일찍 찾아와 버린 질병.

앞으로 30년 이렇게 살게 될 것이다.

그 때 되면 진현이와 진솔이는 시집가고 장가가고 나도 손자가 생기게 될 것이다.

어머니가 그 때까지 지금의 상태라도 유지하시면서 사셨으면 좋겠다.

 

지금 아들과 손자를 알아 보시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 따뜻한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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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만 60이 못되어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다.

교회의 많은 분들이 그 곳 멀리 섬마을까지 찾아와 주셨다. 

슬펐다.

나는 아버지를 내 마음 속에 뭍어 드렸다. 너무 일찍 돌아가신 내 마음속에 살아 계신 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나는 다짐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에는 이런 후회를 하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이제 그 다짐을 실천해야 한다.

 

우리 가족은 지금 새로운 삶의 방식과 관계에 적응 해 가고 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 들이고 최선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어려움이 많다.

때론 나의 지혜의 한계를 느낀다.

 

우리 가족의 변화를 돕기 위해 장모님이 다시 올라오셨다.

외손자, 외손녀, 딸, 사위, 사돈 동생...

모두의 출근 시간이 다른데 각 각 달리 아침 상을 준비 해 주신다.

사돈 동생의 대화 상대도 되어 주신다.

작년에 예수님을 영접하신 장모님이시다.

서울에 계신 동안에 다운교회에서도 즐겁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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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쯤 내가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울에 올라오신적이 있었다.

아들 사는 모습을 보러 오신 것이다. 상수동에서 살았었다.

그 때 한 강을 구경하러 서강대교에 나간 적이 있었다.

저녁 시간 어머니가 지나가는 많은 차들을 보셨다. 그리고 한 말씀 하셨다.

  "뻘땅(갯벌)에 게들 구멍 찾아 가듯이 어디로 다 들어간다!"

게들은 자신이 돌아갈 집을 확실히 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로 가야 할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갯벌에서 게들이 자기들의 집으로 몸을 숨기듯 우리 삶도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속히 나의 집으로 들어갈 시기가 올 것이다.

삶은 참 빨리 지나간다.

퇴근 시간 속히 집을 향하는 차들 처럼. 갯벌에서 게구멍으로 속히 들어가는 게들처럼.

어떤 삶을 살든 무엇을 하든 언젠가는 다시 나의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다.

나의 삶에서 나도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살고 싶다.

미래에 무엇이 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지금 이순간이 중요하다.

복잡한 삶의 현장, 일하면서 무엇이 하나님의 뜻인지 분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의심의 여지 없이 하나님의 뜻이 있다.

그것은 복음을 전하는 일인 것 같다.

 

이 일을 실천하면서 살고 싶다.

16 Comments
민경순 2010.03.23 19:46  
전혀 몰랐던 일인데 나누어 주어서 감사하구요..
두분의 가정을 축복하며 잘 감당하시리라 믿어요
우리 친정 아버지는 81살이신데 더 잘해드려야겠어요 어느 때는 너무 분주하여 잘 챙겨드리지 못해 죄송하답니다.
어머님의 치매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배재현 2010.03.19 03:11  
광주에서 뇌졸증으로 쓰러져서 치료받으시던 아버닙이 며느리에게 감사하는것을 보았다
아버닙 상가에 돌아오면서 형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형님장례식장으로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머님이 치매로 아름다운목장에 나오셔서 신안에 내려가겠다는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렸습니다 또 며느리와 아들이 수고하겠구나 생각하면서
경민 목자 규민 목녀님 지금하시는대로 하시면 잘하십니다
김영미 2010.03.18 23:23  
저도 외할머니께서 치매로 돌아가셔서 친정 어머니에 대해 약간의 걱정이 있는데, 건강하실때 잘하려고 하지만, 넘 부족합니다. 전화 한 통으로 딸을 본거 같다고 하시는 엄마께 자주 전화 해야겠어요. 고맙습니다.^^
김규남 2010.03.18 17:58  
과분한 격려와 응원 메세지에 아주 많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사랑 많으신 우리 다운 식구분들이 격려해주시고 나의 일처럼 기도해주시기 때문입니다.
늘 은혜를 흠뻑 받으며 사는 저는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감사합니다....
김경민 2010.03.17 09:05  
우리 교회는 참 따뜻한 교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홈피 나눔터가 정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된 것 같습니다.
이런 격려를 또 어디서 받겠습니까...
배려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부모님의 아픔으로 고생하시는 분도 많으시고,  ... 그러셨군요.. 얼마나 어려움이 많으십니까...

응원해 주신 집사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새로운 희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할렐루야!!!

규남 자매에게 글을 올렸다고 말 해 주고 "당신 응원 글이 많다"고 했는데 "나중에 글을 남기겠다"고 하는군요
유을규 2010.03.17 08:48  

경민형제, 규남자매의 어머님께 대한 사랑이 정말 감동적이네요.

저는 아버님이 13년전에, 어머님은 작년 7월에 소천하셨기에
이제는 함께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서
또 다른 아픔과 아쉬움이 듭니다.
두 분 모두 90세를 넘으셔서 장수하시기는 했지만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 계속 부모님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을 가까이에서 모시지 못한 점이 너무나 아쉽네요.
이제는 마음속으로 밖에....

아직은 정정하신 장인, 장모님께
더 잘해드려야 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강환구 2010.03.17 06:25  
댓글 달려니..
경민 집사님이 어머님에 대한 순수하시고 무한한 사랑에..
너무.. 말할 수 없는..
몇자 되지않는 글로 그 마음 다 알았다고 어찌 쓰겠습니까.. 마는
평소 아내인 규남자매와 두 자녀, 진현이 진솔이에게
헌신하는 모습과
준비된 자상함으로 교회를 섬겨오는 경민 집사님 모습 보며
진한 감동과 도전 느껴 왔는데..

오늘 글은 또 다른 느낌으로 큰 감동을 주고 가네요..
그리고 규남자매 참 감사하네요.
다른 사람 몫인데도 웃음 잃지않고 기꺼이 섬기는 모습에 찬사를 보냅니다.
꾸뻑^^ ^^
오늘 내 주변을 다시 한번 돌아봅니다..
부끄럽네요.. 
김동수 2010.03.17 06:10  
언제나 밝게사셔서 이런 어려움이 있는줄 몰랐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20년간 투석받으시면서 사시다가 노인성 치매와 우울증까지 겹쳐서 집에서는 간호가 불가능하여 요양병원에서 생활하고 계십니다.  불면 날아가버릴것 같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 가슴아프고, 그 작은몸으로 자식들 키운것을 보면 위대하시기도 하고, 사시는동안 더욱 잘해드리고 싶은데 잘드시지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모습에 가슴이 져며옵니다.  저도 신안사람인데 게들 구멍찾는 모습이 쏙들어 옵니다.  아내분에게 잘해드리고 기도로 돕겠습니다.
양석민 2010.03.17 05:28  
저도 글을 읽으면서 부모님 생각이 나네요 어머님은 아직 건강하시지만 아버님이 제가 의과대학 4학년때 뇌종양에 걸리시고 수술후 정신과에 입원하시다가 제가 병원인턴할때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님은 아버님이 의사가운 입고 있는 저를 못보셔서 안타까워 하셨지만 천국에 잘 계실 거라고 믿고 오늘은 경민 집사님마음으로 어머님꼐 전화 할렵니다 감사해요 경민 집사~님~ ㅋㅋ
김윤 2010.03.17 05:41  
혼자 계시는 엄마한테 전화 한번 해야겠어요...
내 새끼 목구멍에 들어가는 것만 매일 생각하느라
엄마 생각을 못했네요...
곽우신 2010.03.17 03:54  
오늘 나눔터 컨셉이 감동의 눈물로 정해졌나 봅니다. ^^ 다 읽지도 못하고 눈물이 주루룩~~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났습니다. 요즘 멕시코에 매일 전화합니다. 예전에 재미없던 아들들 키우시느라 힘드셨을 어머니생각에 별일 없어도 전화합니다. 그냥.....목소리들으면 좋습니다. ^^ 화이팅입니다. ^^
김수진 2010.03.17 04:02  
저도 전화합니다. ^^
김병수 2010.03.17 00:52  
참 감사합니다.
시골에 홀로 계시는 어머니께 전화 한통 드렸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최고의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영희 2010.03.17 02:08  
저의 친할아버지셨던 이용호장로님은 새벽4시면 일어나 몸을 가지런히 하시고 새벽기도회다녀오신후 20-30십분 눈을 붙이신후에는 성경책과 찬송가를 부르시고 신문을 읽으시는등 글읽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는데 치매에 걸리셔서  가족들이 한동안 힘들시간을 갖기도 했지요 그아팠던 마음이 느껴져서 두분에게 힘내시라고 전하고 싶네요 김경민목자 김규남목녀님 힘내세요
이혜순 2010.03.16 23:15  
참 마음이 아프네요.
몇 년 전에 아이들이 "어머니는 소풍 중"이라는 책을 읽더군요
나는 그 책 제목 만 보고 낭만적인 상상을 했더랍니다

지난 해 첫 장을 열어 보고 나의 어리석음을 알았고요..
그리고 읽지는 않고 아이들은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을 하나?생각만 했는데...
책을 찾아서 읽어 봐야겠어요.

김 경민 목자님 가족 여섯 분 모두 너무나 대단하고 훌륭하십니다.
송영환 2010.03.17 00:26  
김경민 목자님의 사연을 채 읽기도 전에 눈물이 핑 도네요.
벌써 10여년 전 외할머님이 치매를 앓으시다 외손자가 찾아뵈어도 알아보지 못 하시다 세상을 떠나셨던 기억이 납니다.
김규남 목녀님 참 훌륭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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