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돌아눕기까지
모로 돌아눕기까지..
아침 자명종 소리가 울릴려면 1시간은 있어야하는데
유난히 일찍 눈이 떠진다.
40일 릴레이 금식기도가 생각이 난다.
전교인이 기도작정을 하고 각자 날짜를 정해 빼곡하게 들어찬 게시판을
나는 두 주일이나 그냥 지나쳤다.
기록하고 동참하고자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우선 내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기에
기도는 하되 금식은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면서도 컨디션이 최상일 때 한끼 금식은 하기로 얕은 꾀를 먹어왔다.
순간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내가 참 바보같았다.
초라해 보이며 가여운 느낌으로 까지 다가왔다.
왜 구태여 금식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해야했는지..
회개하는 마음으로 오랜시간 주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면서 하루 속히 무릎을 꿇고 기도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달라고도 했다.
침대에 걸터 앉아 그렇게 기도를 마치고
너무 일찍 일어난 것을 알고 다시 누워본다.
잠이 오질 않는다.
한번 뒤척여 볼까하고 몸을 움직여본다.
좀 아프기는 했지만 돌아 누워지고있다.
내친김에 베개를 겨드랑이 사이로 가져가 본다.
그 베개를 겨드랑이 사이로 밀어 넣고 천천히 손목으로 얼굴을 고여본다.
또 한번의 기적이다.
모로 돌아 눕게 되었다.
거기다가 팔목으로 그 무거운 머리를 잠시나마 고이고 있다.
한 5분정도 있으려니 너무 뻐근하고 아파왔지만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감사함에 눈물이 난다.
어깨에서 팔, 심지어 팔목까지 내 것이라하여 지금껏 맘대로 움직여 보질 못했다.
침대에 누워 뒤척인다는 것은 스턴트맨이라 할지라도
고통이 너무 심해서 대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냥 팔이라는 형태만 있을 뿐, 모든 기능이 멈춰있었다.
침대에 누울려면 미리 누울 자리를 보고 누워야한다.
한번 누우면 처음 누운상태 그대로 누워있어야하기 때문이다.
베개를 끌어다 목에 둘 수도 없다. 팔이 위로 안올라간다.
그렇게 할려면 온 힘을 다해 베개 있는 곳으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몸을 일으키려면 일단 몸을 틀어 침대 밖으로 두 다리를 향하게 한 다음
발을 공중으로 올렸다가 그 반동의 힘에 의해 일어나야 했다.
손목이 힘이 없고 아파 몸을 떠받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일날 나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손에 힘을 가득 주어 내 손을 잡는 분이 있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비명을 질러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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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로 기억된다.
아들방을 청소하려고 문을 열어보니 방바닦에 못보던 인형이 보인다.
하도 귀여워 큰소리로 웃었다. 그랬더니 그것이 움직인다.
놀랬다. 얼른 살펴보니 토끼였다.
웃는 나를 보고 자기도 놀랜것이다.
그 후로 친구가 되었다.
콩콩 뛰어다닌다고 콩돌이라 이름지었다.
기왕이면 짝쿵도 데려오라해서 콩순이라는 녀석도 생겼다.
그 녀석과 친구되어 웃음을 찾는 나를 보고
말을 안했지만 아들도 자기가 한 일이 잘한 일이라 여겼을 것이다.
콩돌이가 세수를 한다.
두팔을 모으고 보이지 않는 짧은 혀로 번갈아가며 침을 묻혀 바른다.
그런 후 짧은 팔로 턱주변을 연신 문지른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다.
더 이상 짧은 팔이 안올라간다.
어찌하려나 보니 머리를 최대한 숙여 그 짧은 팔에 갖다 대고 부벼댄다.
뒷목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이리 비틀로 저리 비틀고 하며 세수를 마친다.
그 녀석 세수하는 것이 나를 닮았는지..
아니면 내가 콩돌이를 흉내내는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나와 콩돌이가 분명 같은 모습으로 세수를 한다.
내가 세수를 한다.
손이 턱에서 멈춘다.
그 위로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그 후로는 머리를 손에 갖다댄다.
그리고는 연신 머리를 흔들어댄다.
머리를 감을려면 샤워기에 솔을 매달아 머리의 힘으로 좌우로 문지른다.
목은 긴 타월을 이용해 간신히 닦아낸다.
소가 없으면 구유는 깨끗하려니와 소의 힘으로 얻는 것이 많으니라(잠 14:4)
밥챙겨 주는 일도 일이지만
굽혀지지 않는 몸으로 그 녀석들 뒷일 본것도 치워야 되고..
불편한 몸이라 제때 모든것을 처리하진 못하지만..
하루 종일 내 옆에서 웃음을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유익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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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치료 받으러 나가며 콩돌이에게 아침밥을 준다.
오늘은 참 마음이 가벼운 아침이다.
기적을 베풀어주신 주님께 감사하다.
그 은혜에 감사하여 이번주 릴레이 금식기도 동참해본다.
2010. 3. 17
기적을 베푸신 주님을 찬양하며..
강환구 Sam, 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