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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의 시작(3) - 넓은 옷이 좋아~

박세근 2 997

결혼전에 찍었던 나의 개인 사진들을 보다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게 된다.

 

그 이유는...

입고 있는 옷 꼬라지가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기 때문에...

 

그 당시 나는 최선의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고

옷을 사서 입었다고 하지만...

 

베트남의 40대 중년 남자와 같은 이미지~

뭐 60년대 농촌에서 상경한 촌놈도 아니고...

 

하여간에 40대 같아 보이는 20대라고 해야할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러고 살았는가???

하면서 나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곤 한다.

 

나는 정말 복받은 사람이다.

시골영감 같은 촌티나는 나를 보고 사랑에 빠진

지금의 나의 아내가 상당히 패션 감각과 미적 감각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결혼하고 나서 나의 이미지는 30대를 살면서

20대의 이미지가 유지되는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처음에 아내가 골라준 옷들을 보면서...

"아니! 이런 영적이지 못한 옷을 어케 입으라고..."

이러고 있는 나를 강제적으로 바꿔놨다.

 

한번 두번 아내가 골라준 옷을 입으면서

어느덧 나의 보는 눈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고...

 

이쁘고 간지나게 옷을 입는것이 어떤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옷의 철학은 갈아입을 옷 딱 두벌이라는

지극히 궁색함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였다.

 

궁색함은 사회생활을 넓혀나가는데 아주아주 암적인 이미지라는

사실을 아내의 도움을 통해서 깨닫게 되면서....

 

아내가 골라주는 옷에 대해서 무조건 반대없이 입어야 한다는

결심과 각오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들이 입는 옷을 보면 공통된 특징이

딱 맞게 입거나 아니면 타이트하게 끼게 입는것이다.

 

회사 출근용 옷을 아내가 구매를 했는데...

딱딱끼는듯한 옷들 뿐이다.

 

남방에서 바지, 외투까지 딱딱 찡기는듯한 느낌의 사이즈라고나 할까?

간지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래서 열심히 그러한 옷들을 입고 다니는 노력을 하는데...

최근에 와서 그것이 점점 힘들어 지고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단 남방같은 경우 사무실에서 컴퓨터 화면보고 앉아있다가

기지게를 피려고 손을 들려고 하면 겨드랑이가 트더질것같은

압박감을 느끼게 되서 손을 제대로 들지 못하게 된다.

 

그래도 하도 답답해서 두손을 확 들어올리게 되면...

남방의 허리부분이 짧아서 바지속에 들어있던 남방의

끝단이 바지위로 흘러나와서 배꼽이 나오게 된다.

 

바지도 역시 마찬가지다.

쪼그리고 앉기가 불가능하다.

그냥 책상에 앉을 정도로만 구부려지는것이 가능하다.

 

이런 옷을 입고 거동을 하다보니 움직이는 것이 제한을 받게된다.

 

퇴근할때 전철에서 자리가 나와도 앉으면 찡기는 압박감이 싫어서

그냥 서있는게 편하게되고...

 

그래서 아내에게 좀 넓은 옷으로 조정을 해보자고 하면...

아내 왈~

 

"옷에 오빠의 몸을 맞춰!"

"넓은 옷을 입으면 아저씨처럼 보여서 싫어!"

 

그래서 나는 아무말을 못하고 서글퍼진다.

탈모의 고민을 털어 놨을때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고 해놓고...

막상 아저씨처럼 보여질 나의 외모는 싫은 것일까?

 

나의 외모에 대한 아내의 깊은 속마음이 정말로 궁굼해지려 한다.

 

20대때는 40대처럼 보였다가...

30대때는 20대처럼 보였다가...

40대가 다가오면서 그냥 50대가 입는 의상이

편하고 좋아 보이려 하는 나의 미적 감각의

특이한 진화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 물음표(?)를 던져본다.

2 Comments
박승훈 2012.01.31 18:59  
우리는 이제 아저씨 맞는데요....  ^^
그래도 아내 말씀에 순종하려면 결국 살 빼야겠네요  ㅋㅋㅋㅋ
황해연 2012.02.01 21:42  
그러니까요...간지나는 옷에 몸이 안맞는건 아닌가 싶은데...ㅋㅋ
우리집 안방 와이드체스트 두칸이 온통 형제 셔츠장인데 마치 티셔츠는 딱 두개인듯 맨날 달랑 두장만 주구장창 입고다녀서 목선과 팔목선이 다 낡아서 헤어진옷 입고 다니는 우리집 형제는 어떤 마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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