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가는 길(치매와 함께 하는 법)
어머니와 복지관에 가는 길은 한편으로는 즐거운 길이다.
나는 언제 어머니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 봤던가
나는 언제 다정한 눈으로 언제 어머니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여드려 봤던가
어머니, 어머니는 또 언제 아들과 이렇게 시간을 보내 보셨던가
어머니는 언제 아들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 보셨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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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니가 치매에 걸리셨다. 나이 65세에 치매에 걸리셨다.
여의도성모병원을 주치의로 해서 치료중이시다.
어머니의 삶은 매우 단조롭다.
아침이면 복지관에 가셨다가 저녁이면 다시 집으로 오신다.
아침엔 아들, 저녁이면 며느리의 손이 아니면 이동이 어려우시다.
어머니는 시골 교회에서 권사님이시다.
하지만 지금은 재미있는 이경준 목사님의 설교에도 자꾸 조신다.
옆에서 손을 잡아드린다. 그러면 몇 분 못 지나서 또 졸고 계신다.
교회 어르신들과도 친해지셨으면 좋겠다. 하지만 돌아서면 무슨 이야기를 하셨는지 기억을 못하신다.
그래도 반갑게 맞이 해 주시는 배재현 장로님이 감사하다.
다른 아름다운 구역 어르신들이 감사하다.
어머니는 밤이면 수시로 화장실을 다녀오신다. 잠을 푹 못 주무신다.
화장실 다녀오신 것을 기억을 못하시니 조금만 신호가 와도 다녀 오시는 것이다.
어머니는 한자리에서 10번이든 20번이든 같은 말을 반복하신다. 같은 말을 물어 보신다.
그러면 10번이든 20번이든 역시 똑같은 어조와 느낌으로 같은 말들을 답해 드린다.
어머니는 수시로 시골에 데려다 달라고 하신다. 하지만 혼자서 밥을 안 해 드실 것이 너무 분명하다.
약을 드시는 것도 중단하실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를 시골로 다시 보내드릴 수 없다.
어머니의 서울 생활 역시 쉽지는 않다. 이곳은 공기가 나쁘다.
주변의 모습도 정겨운 시골의 모습이 아니다. 천만 인구가 모여사는 세계 10대 도시 서울이다.
서울의 시간은 지방이나 시골보다 3배는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다.
어머니의 눈에는 아마 별천지나 '사람이 못 살 곳'으로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나도 나의 고향 전남 신안에 가서 살고 싶다.
어머니와 가족들이 모두 함께 시골에서 살고 싶다.
시골의 푸른 하늘, 좋은 공기와 돌뫼산, 붉은 노을이 지는 들판, 원둑이 있는 바다가 그립다.
그리고 어릴 적 추억이 있는 모든 공간이 그립다.
그곳을 다시 밟으며 진현이 진솔이, 사랑하는 아내 규남, 그리고 어머니와 거닐고 싶다.
그러나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현재로서의 최선의 방법은 있다.
어머니와 우리 가족이 함께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다.
어머니와 즐겁게 사는 것. 얼마전 '치매환자와 즐겁게 사는 법'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리고 가능성을 보았다.
사람이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정해진 일. 어머니에게 너무 일찍 찾아와 버린 질병.
앞으로 30년 이렇게 살게 될 것이다.
그 때 되면 진현이와 진솔이는 시집가고 장가가고 나도 손자가 생기게 될 것이다.
어머니가 그 때까지 지금의 상태라도 유지하시면서 사셨으면 좋겠다.
지금 아들과 손자를 알아 보시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 따뜻한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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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만 60이 못되어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다.
교회의 많은 분들이 그 곳 멀리 섬마을까지 찾아와 주셨다.
슬펐다.
나는 아버지를 내 마음 속에 뭍어 드렸다. 너무 일찍 돌아가신 내 마음속에 살아 계신 아버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나는 다짐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에는 이런 후회를 하지 않겠노라고...
그리고 이제 그 다짐을 실천해야 한다.
우리 가족은 지금 새로운 삶의 방식과 관계에 적응 해 가고 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 들이고 최선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어려움이 많다.
때론 나의 지혜의 한계를 느낀다.
우리 가족의 변화를 돕기 위해 장모님이 다시 올라오셨다.
외손자, 외손녀, 딸, 사위, 사돈 동생...
모두의 출근 시간이 다른데 각 각 달리 아침 상을 준비 해 주신다.
사돈 동생의 대화 상대도 되어 주신다.
작년에 예수님을 영접하신 장모님이시다.
서울에 계신 동안에 다운교회에서도 즐겁게 지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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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쯤 내가 결혼한지 얼마 안되어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울에 올라오신적이 있었다.
아들 사는 모습을 보러 오신 것이다. 상수동에서 살았었다.
그 때 한 강을 구경하러 서강대교에 나간 적이 있었다.
저녁 시간 어머니가 지나가는 많은 차들을 보셨다. 그리고 한 말씀 하셨다.
"뻘땅(갯벌)에 게들 구멍 찾아 가듯이 어디로 다 들어간다!"
게들은 자신이 돌아갈 집을 확실히 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로 가야 할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갯벌에서 게들이 자기들의 집으로 몸을 숨기듯 우리 삶도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속히 나의 집으로 들어갈 시기가 올 것이다.
삶은 참 빨리 지나간다.
퇴근 시간 속히 집을 향하는 차들 처럼. 갯벌에서 게구멍으로 속히 들어가는 게들처럼.
어떤 삶을 살든 무엇을 하든 언젠가는 다시 나의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다.
나의 삶에서 나도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살고 싶다.
미래에 무엇이 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지금 이순간이 중요하다.
복잡한 삶의 현장, 일하면서 무엇이 하나님의 뜻인지 분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의심의 여지 없이 하나님의 뜻이 있다.
그것은 복음을 전하는 일인 것 같다.
이 일을 실천하면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