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TV가 사라진 사연
두달전쯤 이었나봐요.
주일저녁 진현이네 집에서 초원 모임을 했는데
같이 갔던 인애가 모임중에 심심하다며
남편 곁으로 오더니 투정을 부렸어요.
그날 열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모두 인애보다 어린 동생들이었고
저희가 삶공부 하는 동안 도서관에서
몇시간 책을 보고 온후라 책읽기도 싫었나봐요
저도 이해는 갔지만 평소에는 볼수 없던
인애의 투정에 당황스러웠어요.
하지만 얘기에 빠져 별로 신경 쓰지않았는데
모임을 마치고 집에 와서
남편이 인애랑 한참 대화를 하더라구요.
남편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인애방에서 나오고
인애는 방에서 뭐가 그리 서글픈지 펑펑 울고 있었어요.
평소 내가 샘날 정도로 가까운 부녀지간에
냉랭한 기류가 흘러 놀랐지요.
남편은 무슨 결심이 섰는지 아무 말 없이 안방으로 와서
얼마전 이사해서 약정기간도 한참 남은 인터넷 TV 선과 기계를
제거 하더라구요. 남편 말인즉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는 게 많아
심심하다는 말이 입에서 자연스레 나온다며
제일먼저 TV를 없애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거예요.
사람에 대한 관심보다 기계와 더친한 아이들을 보며
조금은 단호한(?) 처방을 내린거예요.
너무 단호한 모습에 아무말도 못하고 지켜만 보고 있는데
당신한테도 좋을 꺼라며 뼈있는 말을 하더군요.ㅠㅠ
평소에는 부드러워도 한번 결심한 일에 데해서는
단호한 남편의 성격을 알기에
저도 오히려 잘되었다며 태연한 척 했어요.(하지만 조금 아쉬웠어요)
며칠 후 통신사에서 게계를 회수하러 욌고
그렇게 TV는 우리집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일로 인애는 잠깐 섭섭해 했는데
저한테는 많은 변화가 생기더라구요.
일단 라디오를 자주 켜게되고
말할수 없는 삶의 여유와 운치가 생기더라구요.
김연아 피겨경기는 화질은 좀 떨어지나
컴퓨터로 보고 쓸데없이 TV앞에 앉아 있는 일이 없어졌어요.
이자리를 빌어 단호한 결정을 내려준 남편
그리고 힘들지만 부모님께 순종하려고 애쓰는 인애 오석
직장과 목장만으로도 바쁜가운데 집을 오픈해 섬겨주는 초원 식구들
제가 목녀를 할수 있도록 목장 식구가 되어준 목원들
가정교회를 결심하신 목사님
그리고 저희를 다운교회로 인도하신 하나님께 깊이 감사드려요.
쓰고보니 무슨 수상식 소감 이 되었는데...
아는 사람은 다 아는바 제가 작은 일에도 감격을 잘 해요.
창밖에는 봄비가 분위기있게 내리고
라디오에서는 찬양이 흐르고
전 매우 행복합니다.
이제 빨래 꺼내러 가야해요.
모두들 행복한 한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