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용혜원 시집 중에)
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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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5 19:02
갑자기
갑자기
허무해질 때가 있습니다
눈물이 핑 돌며
힘이 쭉 빠질 때가 있습니다
모두가 싫어지고
나조차 싫어져서
하루쯤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고
잠이나 푹 잤으면
하고픈 날이 있습니다
갑자기
살아 있다는 사실이
죄인 양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모두들한테 미안해질 때가 있습니다
커피를 한 사발이나 타 먹고는
이런 마음도 살아 있기에
느끼는 행복한 마음이겠지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정리 청소 집착증인 제가 아이들과 남편이 우산을 하나씩 들고
계단을 내려가는 뒷모습을 보며 ...
매일 드는 생각은 네... 청소입니다
먼지도 없는 책꽂이를 매일 닦으며 우연히 눈에 들어온 시집 한권을 한참 넘기다
내맘도 이런데 하며 마음이 머무는 시 한편이 있어서 올려봅니다.
언제부턴가 나를 내비친다는 것이
솔직하다는 것이 바보같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습니다.
많은 말때문에 실수도 하고 남편한테 핀잔도 듣고...
하다보니 어느 구석에라도 마음을 쏵 보이는 것이 요즘은 서툰일이 되어버린것 같은데
이렇게 어딘가가 되어준 이곳이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