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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사랑방

아이에게 새로운 일을 시킬 때...

김경민 0 956
며칠전 주방 쪽 형광등이 수명이 다 되어서 갑자기 켜지질 않았습니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 초등학교 2학년 짜리 제 아들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 진현이가 합정마트에 가서 형광등 사 오면 좋겠다!\"
\" 네? 제가요? 어떻게 가요? 저 못해요!\"
시간도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형광등이라는 물건 자체도 아이가 사오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것이어서 갑작스러운 저의 요청에 아내도 약간은 놀란 듯했습니다.
또 그동안 한번도 혼자서 마트에 간 적이 없었던 제 아들은 많이 놀랜 듯 했습니다.
저 역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것인데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사실 좀 피곤하기도 했지만 아들의 입에서 \'못해요!\' 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지요)
\" 걱정하지마! 그럼 아빠가 한 20미터 정도 뒤에 따라 가 줄게. 진현이가 한번 시도 해 보고 만약에 정 안되면 손을 들면 아빠가 도와 줄게... 하지만 최선을 다 하고 가능한 손을 들지 말고 성공하길 바래\"
\" 그래요? 그럼 좀 생각 해 보구 9시 30분에 갈게요. 근데 형광등 저거 어떻게 말해요?\"
아빠가 뒤 따라 가 준다는 말에 약간은 용기를 얻은 아들이 묻는 말에 저는 형광등을 직접 꺼내서 아들의 옆에 세워주며
\" 이거 봐라, 네 키만큼 한 것이라고 말하면 된다.\"
라고 격려 해 주었습니다.

9시 30분이 되기까지 20분... 아들은 한참을 갈등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갈 것인가 말 것인가 ...
드디어 9시 30분이 되자 아들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아빠! 한번 해 볼게요\"
\" 그래,, 여기 돈 있으니 잔돈 잘 받고 거기 마트엑 가면 거기 이모에게 물어보면 된다.
아빠도 바로 따라 갈게. 하지만 아빠는 없다고 생각하고 가는 거다\"
\" 알았어요\"
그렇게 하고 저와 아들은 20미터 정도 간격을 두고 마트를 향했습니다.
마트까지의 길은 500미터 정도 밖에 안되지만
길은 비교적 어둡고 중간에 작은 공원도 있으며 계단도 여러개 있는 길이었습니다.
저는 혼자서 마트를 향하는 아들의 뒷 모습을 보며 한편으론 대견 해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혹시라도 주변에서 누가 해하지는 않을까 살피며 따라 갔었습니다.
저는 혹시라도 아들이 손을 들려고 뒤를 돌아 볼 경우 안보여서는 안되기에 그대로 찾으려 하면 보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했습니다.
아들은 다행히 곧 바로 마트로 가는 길을 잘 찾아서 마트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더니 곧장 형광등이 있는 코너로 가더니 자신의 키에 딱 맞는 형광등을 주저없이 들고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멀리서 지켜보던 저는 멀리 좀 잘 안보이는 곳에서 계산대를 지나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해 하고 있습니다.

아들은 바로 잔돈을 주머니에 넣고서는 형광등 - 자신의 키만큼 하는 - 을 손에 쥐고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향하는 중간정도의 길을 지날 무렵 저는 갑작스런 불안함에 머리를 감싸 쥘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이 형광등을 가지고 장난을 치기 시작한 것입니다.
정말로 깨지기 쉬운 형광등을 마치 칼싸움 하는 양 마구 돌리기 시작합니다.
마치 군악대의 악장이 지휘봉을 돌리듯 돌리더니 마침내는 형광등을 공중에 던졌다 받기까지 하는 것입니다.
물론 뒤 따르던 저를 거의 의식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 진현아 안돼! 그러다 깨진다!\"
거의 말할 뻔 하는 제 입을 입으로 막으며 - 정말 제 왼손으로 입을 막고- 뒤를 계속 따랐습니다.
아들의 장난은 집에 다 도착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뒤를 따르며 불안해 하던  제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 그래. 설령 깨진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가서 사 오면 되는 것이지,
지금 내가 말을 해 버리면 아들은 이번 일에 성취감을 경험할 수 없을 거야.
그래 조용히 지켜보자. 내 아들이니 잘 할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광등이 공중에 올려졌다 내려올 때마다 오금이 저려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들은 집 앞에 도착하자 마자 뒤 따르던 저를 보더니 깜작 놀랐습니다.
그것은 한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감싸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입을 막고 있는 아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 아빠! 왜 그래요?\"
저는 얼른 집앞으로 뛰어가며 아들의 머리를 감싸 안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 진현아! 아빠가 얼마나 불안했는지 알아? 형광등으로 그렇게 장난치면 어떡해?
아빠가 거의 뒤에서 소리 칠 뻔 했어! 아빠가 약속 지킬려고 무지 노력했다. 그래도 성공이다. 축하해!\"
아들은 미안한 듯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조용히 따라 와 준 아빠가 고마운 듯 스윽 웃어 보였습니다.

이제 아들에게 있어서 합정마트에 가서 물건 사 오는 일은 평범한 일이 될 것입니다.

집에 와서 형광등을 갈아 끼우며 하나님의 자녀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생각 해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아들의 성공을 기원하며 위협을 살피며 조용히 뒤를 따르는 모습이 그렇고
아들이 자신의 힘으로 형광등을 바로 찾았을 때 제가 흐뭇하던 모습이 그렇고
또 아들이 위험한 형광등을 가지고 장난칠 때 뒤에서 불안해 하던 모습이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기다려주는 저의 모습이 마치 하나님의 우리에 대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 해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지금의 수준이 아닌 더 큰 일을 하도록 하시기 위해서
우리에게 기대하시고 일하도록 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을 생각 해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힘들었던 시기 어려운 경험을 할 때 하나님도 제 뒤에서 제가 아들의 모습을 보며 응원하고 기대했던 것 처럼 저에 대해서도 그러셨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 하나님이 지금도 제가 성취감을 느끼도록 기대하시고 기다리시지만 또한 언제든지 제가 손을 들면 도와주실 그런 분이시기에 기대하며 위로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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