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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사랑방

감사합니다.

Sam, Kang 4 1028
발가락이 움직인다.
좌우로 상하로 맘먹기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큰일 난 것처럼 아들을 부른다.
“아들. 신기한 일이 생겼어!  이것봐. 발가락이 움직이는게 보이지!”
“응. 아빠 그렇네.”
자기도 기뻤는지 연신 발바닥을 주무른다.
아들 손의 따스함이 전해지는 동시에 뜨거운 감사의 눈물이 흐른다.
매일같이 통증에 시달리며 아들을 불러세우지 않으면 안될 만큼 긴 고통의 시간들...  
8개월 만의 일이다.
진하게 느껴지는 힘의 전율-종아리로 해서 발목을 휘감아 발바닥으로 감각이 전해지더니
급기야 발가락이 요동치듯 춤을 춘다.

오늘 아침에 거래관계로 찾아간 G내과 원장님의 도움을 받아 실밥을 풀어냈다.
시원했다.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항암주사를 맞고 때론 수혈에 필요한 긴 호스를 8개월동안 가슴으로 품고 있어야 했다.
이제 그 호스를 떼어내고 꿰맸던 곳에 소독을 하며 한올한올 실밥을 떼어가던 원장선생님이 묻는다.
“강사장님 무슨 일이 있었군요. 안뵌지 1년이 가까운데요.”
“네...”
치료가 끝나고 커피 한잔을 권한다.
예사롭지 않았던지 조심스레 되묻는다.
“예전에는 건강했었는데요. 이제보니 얼굴도 좀 부어있네요”
어찌 그간의 일을 한순간에 말할 수 있으랴마는 평소 자상하셨던 원장님의 물음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없다.

그랬다.
작년 9월 초 A병원에서 호지킨림프종이란 암진단을 받았다.
“일주일간 검사를 거쳐 6개월 입원치료가 필요합니다. 입원실을 예약하세요.
진료를 담당했던 선생님의 말이다.
수능고사 준비로 새벽 5시면 나서는 아들 걱정이 먼저된다.
어떻게든 아침 한끼는 따뜻한 밥한그릇 챙겨먹인다고 부스럭대는 아빠의 모습에 아무리 입맛이 없어도
지금껏 맛있게 먹어주곤했던 아들 생각에 이차저차 아무런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두달후면 수능이다. 두달만 기다리자 마음먹는다.

그로부터 두달이 지나 S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다시 받았다.
“당장 입원하지 않으면 올해 못넘겨요. 그리고 내가 최선을 다하겠지만 74%밖에는 못해 드려요.
앞으로 5년간 집중적으로 관리치료가 필요합니다.”
아무 준비없이 왔다가 그날로 응급실로 행했다.
정신이 혼미해져 온다. 내일이 아들 수능고사 치르는 날인데...
먼저간 아내에게도 미안하다.
치료받겠다고 침대에 누워있는 내 모습이 여간 사치스럽고 부끄럽기만하다.

입원하기 2달전부터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
밥 냄새가 역겨웠다.
그 결과때문인지 몸무게가 26Kg이 줄었다.
“어느정도 몸이 회복되어야 치료가 가능합니다. 지금으로서는 기다릴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군요.”
주치의 선생님이 말한다.
내가 봐도 몸의 상태가 최악이다.
먹어야된대요... 낫게 해 주실려면...하나님 먹게 해 주세요. 간절히 기도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입원실로 올라간 첫날 병원에서 주는 저녁을 하나도 남김없이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정말 한톨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간호하던 누나의 눈가에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그렇게해서 항암치료가 시작되었다.

다리가 코끼리다리가 되었다.
혼자 힘으로는 꿈쩍하기 힘들다.
손목과 손가락도 마찬가지로 힘을 쓸 수 없다.
숫가락도 못 잡는다.
밥도 누나의 도움으로 먹는다.
손톱, 발톱이 비닐처럼 얇아진다.
온 몸의 피부색이 채색옷으로 검붉게 수 놓여진다.
한웅큼씩 빠지던 머리카락도 더 이상 버릴것이 없게 되었다.
숨을 쉬기 어렵다.
가슴을 메우고 있는 암세포때문이다.
기억이 나질않는다.
내 이름도 전화번호도 간호하는 누나 이름도 병원 이름도 도무지 생각나는게 없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참을 수 없는 통증.
그야말로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고, 꿈꾸지도 못했던 수많은 아픔들이 다가온다.

3개월 전
6번째 항암치료를 맞으러 가는 날
주치의 선생님과 일주일 전 검사한 결과를 본다.
시커멓던 암세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00% 완치되었다.
잠시동안 시간이 정지된다.
그 정지된 시간사이로 하나님의 모습이 보인다.
100% 고칠 수 없는 사람의 일을 하나님이 하셨다.
감사합니다. 찬양합니다. 모든 영광을 주께 드립니다.
“그래도 남은 6번의 항암치료는 꼭 받으셔야 합니다.”라는
주치의 선생님의 당부의 말이 가느다랗게 귓전을 맴돈다.

목에 혹이 생겨날 때 만해도 아픔의 상처로만 가볍게 여겼다.
쉽게 낳겠지 하고 몇개월을 교회도 못가고 목사님과 교우들께 알리지도 않았다.
입원하고 얼마 후 K집사님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고, 부끄럽고 미숙한 행동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메일과 서신을 통해, 방문과 중보기도로 위로와 힘을 주었던 많은 분들이 기억난다.
혼자서는 걷지도 못하고 계단은 감히 올라갈 시도도 못하고 있었을 때
목사님께서 12월24일 “기도하고 있어요.”라는 전화 한 통화에 힘입어 병원 내 산책 진입로 35계단을
아무 도움없이 올라갔을 때의 기쁨은 잊을 수 없다.
맨 끝자락에서 박수로 환영해 주었던 누나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부등켜 안아준다.
정월 초하루 귀한 시간을 온 가족과 함께 찾아 와서 뜨겁게 기도로 주님의 마음을 붙들었던 분께도 고맙다.
집에서 구워온 군고구마로 한 겨울처럼 추운 마음을 녹여 주었던 고마운 사람,
붕어빵의 따뜻한 팥내음을 나눠준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너무도 없다.
다만 한분 한분께 모두 엎드려 감사하고 싶다.

남은 6번의 항암치료는 인내없이는 견딜 수 없었다.
쓰러져 혼자 버텨야하는 아픔을 100%치료하신 하나님의 손길에 얹어 참아낸다.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어제는 힘을 모아 교회로 향했다.
12번의 항암치료가 빚어낸 갚진 승리였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아파야 하는 것이 너무 많은 세상을 산다.
하나님을 몰랐을 때
그 아픔은 슬픔과 원망과 괴로움의 대상이지만,
하나님이 함께 계실 때
아파야하는 이유와 깊이를 순종함으로, 감사함으로 배운다.

왼손바닥에 물집이 가득하여 터지고, 갈라지고, 굳어지는 현상이 조금 멈추는 것 같다.
아직 양손가락 끝이 오므라지지 않지만
오늘 아들이 저녁 특별메뉴로 김치찌개를 부탁하길래
시큼한 김치에 감자 썰어 넣고, 매운 붉은 고추 5개 믹서로 갈아 넣고, 애호박, 마늘,
느타리 버섯, 따끈한 국산콩두부, 무엇보다 빠질 수 없는 돼지 앞다리살 300g 송송 썰어 볶다가 끓여낸다.
정말 맛있다고 밥 두그릇 뚝딱 해 치우는 아들의 모습에 흐뭇해 하며 하루를 접는다.

2009. 6. 30.
강환구 집사
4 Comments
다운교회 2009.07.01 18:23  
  주일날 뵌 집사님의 얼굴이 너무 좋아보여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집사님이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살아있는 간증이 힘이됩니다.
이경윤 2009.07.03 21:19  
  집사님을 통해 하나님의 살아있는 얼굴을 보게 됩니다.
늘 기도하겠습니다. 힘 내세요.
장영수 2009.07.12 00:40  
  집사님 지금에서야 알았습니다... 찾아뵙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습니다. 그래도 건강해지셨다니 너무 다행입니다. 집사님을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곽정희 2009.08.01 00:46  
  집사님은 기도의 증인입니다.
하나님 짱!입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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