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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사랑방

존경하는 이경준 목사님께

이창우 1 928
목사님께
며칠 전 목사님 전화를 받고 매우 반가웠습니다. 저희 가족 소식을 자주 띄우지 못해 늘 죄송합니다. 홍콩 한인 교회 거취 문제를 놓고 목사님께 조언을 구했던 것이 작년 이맘 때였는데 이제서야 그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목사님 조언대로 저희는 2007년 6월경에 International Church로 옮겼습니다. 목사님 말씀처럼 외국인 교회는 전반적으로 합리적이고 신사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교회를 옮기는 과정에서 예상은 했지만, 현지 한인 교회로부터 다소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보다 깊은 영적인 체험\"를 극복하지 못하고 교회를 옮기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심지어 몇몇 집사님들은 제가 극적인 회심(?)을 하여 영적 수준이 한 단계 레벨 업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주셨습니다. 이경준 목사님의 권고를 그들에게 들려주어도 제게 돌아오는 말은 \" 그 목사님께서 더 깊은 기도를 하신다면 다른 답이 나올 것이다\" 혹은 \"현지 한인 교회 목사님의 영적 권위가 더 중요하다\"라는 식이었습니다.
  목사님, 이 교회는 은사 중심주의, 이른바 오순절 계통의 교회이기 때문에 방언 기도, 방언 찬양, 예언과 같은 신비적 은사 체험을 매우 강조합니다. 처음에는 이것 또한 성경에서도 인정하는 것이니 하나님께서 주시는 새로운 기회로 알고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가난의 영\", \"조상 대대로부터 내려오는 저주의 영\", \"헌신에 따른 물질적 축복의 강조\", \"목회자에 대한 맹목적인 순종\" \"초자연적인 기적\" 등이 설교나 집회에 등장할 때마다 이것이 정말 기독교의 본질이냐 라는 깊은 회의가 들었습니다. 이것이 진정 성경이 가르치는 교훈들입니까?
몇 해전 다운교회 여름 수양회에서 있었던 성령 집회가 생각이 납니다. 그때 주강사 목사님께서 행하셨던 \"금니 변화\"사역은 아직도 제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미 떠난 버린 교회를 생각할 때마다 왜 자꾸 금니가 떠 오를까요?

목사님, 전에는 은사중심주의에 대해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저와는 별 관계가 없는(하나님이 제게 주시지 않는) 분야로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면 받고 아니면 말고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이제 생각이 다소 달라졌습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저는 은사중심주의의 위험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위험성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첫째, 그들은 기도, 방언, 방언 찬양, 치유, 집회 100%  참석 등을 통해 자기 구원을 이루어 나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한 마디로 구원을 은사 체험을 통하여 확인하려는 그들의 태도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절대성을 희석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은사중심주의는 내세보다 이 세상에서의 성공과 부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서 가난의 영 척결에 힘쓰고 대대로 내려오는 조상의 저주를 끊고 물질적인 축복과 사회적 성공을 강조합니다. 육체적 약함, 재정적 결핍, 잘못된 대인 관계 등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있다는 것입니다.  즉 현세의 물질계는 영계의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에 영적 조치(조작)를 통해 얼마든지 이 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관점은 내세보다 현세에 더 많은 가치를 두게 하고 신앙을 수단적으로 보게 만듭니다.  
셋째, 하나님 말씀의 절대적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나님 말씀만큼이나 개인적 은사 체험을 중시하다보니 말씀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영적 은사를 강조하시는 그 목사님께서 한 번은 설교 시간에 성경책을 교통 지도책으로 비유하신 적이 있습니다. 교통 지도책이 보여 주는 지리 정보만으로는 목적지 도달이 힘들기 때문에 성령 하나님의 직접적인 인도와 지도 해석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석에서 제게 성경 말씀보다 성령의 직접적 계시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본인 입장을 표명하신 적도 있습니다.

목사님, 지난 1년 남짓 기간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참으로 귀한 경험을 허락하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사 중심주의에 대하여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미지근한 입장을 정리하고 복음주의적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성경엔 언급된 초월적 은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복음의 본질까지 흐릴 정도의 은사 중심주의는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 지면을 빌어 항상 성경 말씀 중심의 신앙을 강조하시고 실천하시는 목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 1995년 연대 상크모 모임을 통해서 목사님을 처음 만났을 때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목사님께 도전적으로 삼위일체 교리에 대한 이성적 설명을 부탁드렸을 때 목사님께서는 솔직하고 겸손한 목소리로 “저도 완벽하게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답하셨습니다. 아마 그 때부터 제가 목사님을 존경하기 시작하였고 나중에 제 결혼식 주례까지 부탁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 잠시 한국에 가게 되는데 한 번 찾아뵙고 이 지면에서 못 다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늘 평안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홍콩에서 이창우 드림
1 Comments
바람처럼(함용태) 2008.02.16 03:53  
  반갑네요.
다들 잘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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