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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를 읽고서 느낀 소감이어요

진병열 5 903

책을 산지 25일만에, 공교롭게도 서거 1주기 기념일에 책을 다 읽게 되었다.

 

거의 마지막 대목에선 눈물이 났다.

 

사랑했던 정치인이라 그런가.. 아니면 그곳에서 고통받고 있을 그의 운명을 생각해서 그런가...

 

난 어릴 적 부터 그를 좋아했던 것 같다.

 

우리 고향 사람(난 부산에서 태어남) 이라서도 그랬지만, 어릴 적, 5공비리 청문회시 그의 모습은, 그 때가 국민학교 고학년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에 많이 남는다.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척보면 아는 것 아닌가.

 

비록 나는 노사모는 아니었지만, 심정적 노사모(진짜 내가 쓰면서도 웃기고 재미있는 표현인듯하다)로서 2002년 대선 무렵에는 하루종일 서프라이즈라는 친노사이트에 접속해서 글 읽는 재미에 살았고,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던 그 해의 일들을 생각해 보면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예수님과 가장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도 안믿는 사람이 어떻게 예수님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냐고 묻는 다면...

 

내 주위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그 정도로 양심적이고, 약자를 사랑하고, 소탈하며, 진실하게 살고, 자기를 절제하며, 자기를 희생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할 때처럼 그가 대통령이 될 때 사람들은 환호하였고, 며칠이 못지나 사람들이 예수님을 죽였던 것 처럼 그는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했기에, 높은 위치에 있는 이에게 조롱당하고 죽임당하였다.

 

형벌을 받고 있을 그의 영혼을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그가 예수님을 믿게 되길 간절히 기도하였었다. 다 좋은 데 그 믿음이 없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자주 기도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냥 가고 말았다.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았으나 너무 슬펐다.

 

얼마전에 딴지일보에 안희정의 글이 실렸다. 인터뷰였는데, 인터뷰어가 물었다. 좀 길지만 인용하고 싶다. 난 감동받아서..

 

총 : 아니 청와대에서 그 흔한 무슨 직을 맡은 것도 아니고 감옥 갔다가 국회의원도 못 나가게 하고 장관은커녕 그 어떤 자리도 없었잖아요. 그거는 명예조차 없는 거거든. 허탈하기도 하고 백수니까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안 : 노무현 대통령이 정몽준한테 패자가 되었을 때, 패자가 어떻게 역사에 기여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큰 배역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저도 억울한 마음이 들 때가 있었고 화가 날 때도 있었고 시기 질투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 내 배역은 이 배역이다. 이 배역도 가장 적극적 배역이라고 저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제 자신의 논리를 만들어서 끊임없이... 그랬죠.

 

그러니까 저는 제가 그 정도 재목은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웃음) 노무현 대통령한테 그런 정신을 배웠고, 아까 말씀드렸지만 정몽준한테 패자가 되었을 때 아, 정치가 저런 맛으로 하는 거구나, 아 저거다, 저게 진짜다. 길게 봐서 역사를 썼을 때 볼록이만 활동하는 게 아니다. 오목이도 얼마든지 역할을 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곳에서만, 양지에서만 역할이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려고 노력을 했죠.

 

그리고 대선자금 수사에서 총대 메고 혼자 감옥 갔지만, 그 놈이 대통령과 맺어졌던 의리와 우정과 신념을 변치 않고 잘 버텨서, 5년이 끝나면, 그 끝나는 순간이 저는 제가 시집가는 날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총 : 거꾸로, 그렇게.
안 : 예. 그게 2004년도 감옥에 가서 했던 나름의 마음공부였어요.

 

총 : 글쎄요.(폭소) 지금이야 다 지나고 나서 하는 얘기지만. 당시에는 씨바 왜 나만 좆 됐어!(폭소)
안 : 하하하하하
안 : 맞아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래도 그렇게 생각을 하기보다는...(한참을 생각하다) 그냥 대통령이 난 좋았어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명분과 논리로 현상을 설명하는 데 평생 익숙했던 그 자신도, 처음으로 깨달았던 게다. 그 이유를. 

 

총 : 노무현이 그렇게 좋았나 봐요?
안 : 예. 대통령한테 도움이 되는 길이 있다면 뭐든지 할 생각을 했어요.

 

총 : 그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이었나요?
안 : 예. 아주 좋았어요.
 
총 : 노무현 대통령을 인간으로서 좋아하신 거 같은데... 한명숙 전 총리 인터뷰 했을 때, 노무현 대통령 서거소식 안희정한테 전화해 물었는데 근데
목소리가 생각보다 담담했다고 그랬었거든요.

  

안 : 한명숙 총리한테 전화를 했던가? (일어나서 휴지 뽑아서 코 풀고) 잘 모르겠네.(울먹이며) 나도 문 실장한테 전화를 받고 봉하 내려가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총 : 왜 눈이 빨개지시는 겁니까? (웃음)

 

안 : 대통령이 좋은 분이다 얘기를 하고 나니까 갑자기 그리워져서. (다시 일어나 휴지 뽑는다. 눈물 닦고. 침묵. 울먹인다.) 맞아요. 내가 그... (다시 코 풀고) (오래 침묵) 아, 이게 참... 하여튼 그 분 도와서 감옥 가는 역할이라도 그 분을 위하는 일이라면 저는 행복했어요

 

그의 업적이 무엇이든 간에... 그는 인간적으로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사실 내가 독후감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이 책의 마지막 한 부분을 읽고 눈시울이 붉어졌기 때문인데...

 

인용한다.

 

"20년 정치인생을 돌아보았다. 마치 물을 가르고 달려온 것 같았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었다고 믿었는데, 돌아보니 원래있던 그대로 돌아가 있었다. 정말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 다른 데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대통령은 진보를 이루는 데 적절한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 것일까?"

 

예수님이 이야기 하신 적이 있다. 어느 대답을 잘하는 랍비를 보시고서는

 

"네가 하나님 나라에 멀지 않았다!"

 

그는 하나님 나라에 멀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나님께서 귀히 여기시는 성품과 지적능력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고자 했다. 내 생각엔, 내가 아는 사람 중엔 하나님 없이 가장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고 세상을 바꾸려 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가...

 

자기 인생 막바지에 저렇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너무 사랑스런 사람이었는데...단지 하나님의 성령이 그에게 없었기에.. 그의 드라마틱한 인생이 결국 저렇게 정리가 되다니.

 

저렇게 주님밖에 대답할 수 없는 질문까지만 가서 끝이 나다니....

 

하나님 나라에 멀지 않았으나 도달하지 못한 그의 모습이 불쌍하다. 마음이 아프다.

 

사람은, 세상은, 하나님과 하나님께서 그의 아들의 피로 이루신 역사를 통해 성령을 마음에 모신 사람들로 이루어진 교회를 통해 바뀐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믿는다고 쓴 이유는 아직 그의 나라가 불길같이 일어나 나와 직장과 사회를 바꾸는 모습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진리라고 믿으나 그것이 이루어진 모습을 내 눈으로 보지 못하였다.

 

난 그 일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다. 서서히 일어나는 그 역사이기에  나이가 들어야  비로소 느낄 수 있을 것인가.

 

내가 믿음이 약하고 순전하지 않기에, 또 복음에 대한 깊음이 부족하기에 내 주변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어나리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내가 소중히 여겼던 한 사람이 가졌던 의문에 답이라도 하듯, 교회를 통해 이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기를 기대한다. 

 

그의 명철함과 지식으로도 그 길은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사람사는 세상은 사실 우리 곁에 있다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되었다.

 

당장 우리 목장만 생각해 보아도.... 천국을 이루어 가고 있지 않은가... 이런 목장이 크게 확대되면 될 일 아닌가....

 

자기를 부인하고 예수님을 자발적으로 본받으려 하니 이것이 사람사는 세상인데...

 

각 사람이 가진 죄성의 해결이 없이는 사람사는 세상은 오지 않으리라. 어떤 희생과 노력을 투자하더라도.

 

그가 이루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는 힘과 방법이 우리에겐 있다. 다만 열정이 부족할 뿐.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런 열정과 확신이 더해진 것 같아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그가 남기고 간 유족들에게 가리워진 복음의 빛이 충만하게 비취길 그리고 내 곁에 있는 모든 이에게도 동일한 빛이 비춰지길 기도한다.

5 Comments
양석민 2010.05.24 19:53  
다시 한번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에 애도합니다. 주님의 사람이었어야 하기에..
더 안타깝고 안타깝습니다.............
배재현 2010.05.24 21:09  
인생의 경쟁에서 뒤쳐지고 낙오된자를 위하여 눈물흘리고 같이아파하였던사람
예수님은 다섯다란트남긴와 두다란트 남긴자를 똑같이 칭찬하였는데 세상은 다섯달란트
남긴자만 인정하고 나머지들은 효율이 떨어진다고 인정하지아니하는세상에서
효율이떨어지는자들을인정하고 모두 같이가자고 이야기하였던 사람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서미란 2010.05.25 04:00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별하기가 너무 어려운 세상이지요
세상을 바꾸어보려는 생각으로 참 많이 고민했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결론은 형제님과 같이 예수안에서 사람이 변화되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거였어요
형제님처럼 그 분 가족들에게 주님 은혜가 임하기를, 또한 세상을 바꾸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우리가 잘 감당하기를 기도합니다
김영미 2010.05.26 02:46  
저도 어렸을때,tv로 청문회를 보며 가장 인상깊고 매력적인 정치인을 발견했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을 좋아합니다. 저는 곳간을  내가 가진 모든것으로 보는데( 나의 마음, 시간, 물질 등등 내가 다른이에게 줄 수 있는 것) 이런것을 줄때에 세상까지는 아니더래도 나의 가족, 교회, 이웃은 변하지 않을까요?! 이것도 하나님이 마음을 주셔야 가능 한것 같구요. 또한 이러한 줄수있는 능력을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병렬형제님, 사랑합니다.! 윤지와 동일하게^^
김동수 2010.05.28 02:13  
소탈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노무현대통령!!

정의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 소신있게 살았던 용기있는 사람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믿음이 없는 모든 과정은 결국 허무함을 보았습니다.

인간적으로 저도 존경하고 사랑했던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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