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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사랑방

예전에 학교에서 배웠던 신록예찬이 생각나서 퍼옵니다.

김동환 0 1045

보통은 점심식사 후에 여의도 공원을 한바퀴 천천히 걷습니다.

예전엔 무엇이 바쁜지 식물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때가 되니 식물들이 보이고 이름이 알고 싶고...

 

저희집에 있는 하늘진주(학명:좀작살나무)를 공원에서 발견했습니다.

파리한 가지가 거의 죽었구나 생각했는데 봄에는 싹이 나는듯 하더니 지금 어떤것은 열매도 올라오는것 같습니다.

집에 있는것과 조금은 달라 보이기도 하고..나중에 인증삿도 첨부해보면 좋을듯합니다. 

 

문득 예전에 배웠던 신록예찬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땐 고입 연합고사 출제율이 높다고 청춘예찬과 더불어 열심히 외워었던것 같은데...

오히려 지금 읽는 이 수필이 더 이해가 잘되고 감명이 깊을듯 합니다.

형형색색 창조하신 하나님의 손길과 예수님의 성품을 알 것 같습니다.

 

 

신록예찬 : 이양하 수필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사시(四時)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

 

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은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아름답게 나타내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싹트

 

는 이 때일 것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고 먼 산을 바라보라. 어린애의 웃음같이 깨

 

끗하고 명랑한 5월의 하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이 산 저 산, 나날이 새로운 경이(警異)를

 

가져오는 이 언덕 저 언덕, 그리고 하늘을 달리고 녹음을 스쳐 오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

 

우리가 비록 빈한하여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우리는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우리의 마음이 비록 가난하여 바라는 바, 기대하는 바가 없다 할지라도, 하늘을 달리어 녹

 

음을 스쳐 오는 바람은 다음 순간에라도 곧 모든 것을 가져올 듯하지 아니한가?

 

(5월의 자연이 주는 혜택)

 

오늘도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우리 연전(延專) 일대를 덮은 신록은 어제보다도 한

 

층 더 깨끗하고 신선하고 생기 있는 듯하다. 나는 오늘도 나의 문법 시간이 끝나자, 큰 무

 

거운 짐이나 벗어 놓은 듯이 옷을 훨훨 떨며, 본관 서쪽 숲 사이에 있는 나의 자리를 찾아

 

올라간다. 나의 자리래야 솔밭 사이에 있는, 겨우 걸터앉을 만한 조그마한 소나무 그루터

 

기에 지나지 못하지마는, 오고 가는 여러 동료가 나의 자리라고 명명(命名)하여 주고, 또

 

나 자신도 하룻동안에 가장 기쁜 시간을 이 자리에서 가질 수 있으므로, 시간의 여유가 있

 

을 때마다 나는 한 특권이나 차지하는 듯이, 이 자리를 찾아 올라와 앉아 있기를 좋아한다.

 

물론, 나에게 멀리 군속(群俗)을 떠나 고고(孤高)한 가운데 처하기를 원하는 선골(仙骨)이

 

있다거나(고답적인 태도), 또는 나의 성미가 남달리 괴팍하여 사람을 싫어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역시 사람 사이에 처하기를 즐거워하고, 사람을 그리워하는 갑남을녀

 

(甲男乙女)의 하나요, 또 사람이란 모든 결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가장 아름다운

 

존재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사람으로서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려면 반드시 사람

 

사이에 살고, 사람 사이에서 울고 웃고 부대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때―푸른 하늘과 찬란한 태양이 있고, 황홀(恍惚)한 신록이 모든 산, 모든

 

언덕을 덮는 이 때, 기쁨의 속삭임이 하늘과 땅, 나무와 나무, 풀잎과 풀잎 사이에 은밀히

 

수수(授受,주고 받고)되고, 그들의 기쁨의 노래가 금시라도 우렁차게 터져 나와, 산과 들

 

을 흔들 듯한 이러한 때를 당하면, 나는 곁에 비록 친한 동무가 있고, 그의 재미있는 이야

 

기가 있다 할지라도, 이러한 자연에 곁눈을 팔지 않을 수 없으며, 그의 기쁨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지 아니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 사람이란―세속에 얽매여, 머리 위에 푸른 하늘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주머니의 돈을 세고, 지위를 생각하고, 명예를 생각하는 데 여념이 없거

 

나, 또는 오욕 칠정(五欲七情)에 사로잡혀, 서로 미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싸우는 데

 

마음에 영일(寧日,편안한 날)을 가지지 못하는 우리 사람이란, 어떻게('얼마나'의 뜻)비소

 

(卑小,낮고 작음)하고 어떻게 저속한 것인지. 결국은 이 대자연의 거룩하고 아름답고 영광

 

스러운 조화를 깨뜨리는 한 오점(汚點) 또는 한 잡음(雜音)밖에 되어 보이지 아니하여, 될

 

수 있으면 이러한 때를 타서, 잠깐 동안이나마 사람을 떠나, 사람의 일을 잊고, 풀과 나무

 

와 하늘과 바람과 마찬가지로 숨쉬고 느끼고 노래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다.

 

(자연에의 동화(자연에 매료됨))

 

그리고 또, 사실 이즈음의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

 

이 있는 듯하다.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

 

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그리고 나의 마

 

음의 모든 티끌―나의 모든 욕망(欲望)과 굴욕(屈辱)과 고통(苦痛)과 곤란(困難)이 하나하

 

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볕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

 

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말하자면, 나의 흉중(胸中)에도 신록이요, 나의 안전(眼前)에도 신록이다. 주객 일체(主客

 

一體), 물심 일여(物心一如)라 할까, 현요(眩耀,눈부시게 빛나고 밝음)하다 할까. 무념 무

 

상(無念無想), 무장 무애(無障無碍,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음, '애'의 원 한자 부수 石에 疑

 

자), 이러한 때 나는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을 가진 듯이 행복스럽고, 또 이러한 때 나에

 

게는 아무런 감각의 혼란(混亂)도 없고, 심정의 고갈(枯渴)도 없고, 다만 무한한 풍부의 유

 

열(愉悅,유쾌하고 기쁨)과 평화가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또, 이러한 때에 비로소 나는 모

 

든 오욕(汚辱)과 모든 우울(憂鬱)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고, 나의 마음의 모든 상극(相

 

剋)과 갈등(葛藤)을 극복하고 고양(高揚)하여, 조화 있고 질서 있는 세계에까지 높인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신록의 힘)

 

그러기에 초록에 한하여 나에게는 청탁(淸濁,맑고 탁함, 여기서는 좋아하고 싫어함의 의

 

미)이 없다. 가장 연한 것에서 가장 짙은 것에 이르기까지 나는 모든 초록을 사랑한다. 그

 

러나 초록에도 짧으나마 일생이 있다. 봄바람을 타고 새 움과 어린 잎이 돋아 나올 때를 신

 

록의 유년이라 한다면, 삼복염천 아래 울창한 잎으로 그늘을 짓는 때를 그의 장년 내지 노

 

년이라 하겠다. 유년에는 유년의 아름다움이 있고, 장년에는 장년의 아름다움이 있어 취사

 

하고 선택할 여지가 없지마는, 신록에 있어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역시 이즈음과 같은

 

그의 청춘시대 --- 움 가운데 숨어 있던 잎의 하나하나가 모두 형태를 갖추어 완전한 잎이

 

되는 동시에, 처음 태양의 세례를 받아 청신하고 발랄한 담록(淡綠)을 띠는 시절이라 하겠

 

다. 이 시대는 신록에 있어서 불행히 짧다. 어떤 나무에 있어서는 혹 2,3 주일을 셀 수 있으

 

나, 어떤 나무에 있어서는 불과 3,4일이 되지 못하여, 그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지나가

 

버린다. 그러나 이 짧은 동안의 신록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참으로 비할 데가 없다. 초록이

 

비록 소박하고 겸허한 빛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때의 초록은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에도 뒤서지 아니할 것이다. 예컨대, 이러한 고귀한 순간의 단풍, 또는 낙엽송을 보라.

 

그것이 드물다 하면, 이즈음의 도토리, 버들, 또는 임간(林間)에 있는 이름 없는 이 풀 저

 

풀을 보라. 그의 청신한 자색(姿色,모습과 색깔), 그의 보드라운 감촉, 그리고 그의 그윽하

 

고 아담한 향훈(香薰,꽃다운 향기), 참으로 놀랄 만한 자연의 극치의 하나가 아니며, 또 우

 

리가 충심(衷心)으로 찬미하고 감사를 드릴 만한 자연의 아름다운 혜택의 하나가 아닌가?

 

(담록을 띠는 시절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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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 : 신록이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과 아름다움, 풍요함 등을 최대한 찬사의 태도로 표현한 수필이다.

 

* 주제 : 신록의 아름다움 예찬

* 출전 : [이양하수필집](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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