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칸의 희망' 초등학교 지어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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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15 19:09
\'아프간의 희망\' 초등학교 지어주다
‘이랜드’·한국기아대책기구, 쿤두즈서 개교식
교장 “꿈 심어준 한국인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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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땅바닥에서 공부 안 해도 돼요. 책상이 있잖아요!”
지난 4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도시 쿤두즈. 중심가에서 10여분 떨어진 반다레 이맘이라는 동네가 수백명의 어린이들로 아침 일찍부터 북적거렸다. 어린이들은 동네 공터에 새롭게 지어진 흰색 건물 주변을 빙 둘러싸고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학교가 이날 마침내 문을 열기 때문이었다. 오전 10시 ‘쿤두즈 쿠안다시 학교’가 개교를 알리는 종을 힘차게 울렸다. 교문이 열리더니 어린이들이 운동장을 향해 한꺼번에 달려들어 갔다.
이 학교는 의류업체 ‘이랜드’와 임직원 250여명이 “나라를 살릴 수 있는 희망은 교육”이라며 6만달러(약 7200만원)의 지원금을 모아 건립한 시설. 굶주린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회장 윤남중)가 6개월 동안의 공사를 맡았다. 학교는 교실 13칸을 갖춘 300여평 넓이의 1층 콘크리트 건물. 6~15살까지 1000여명의 학생들이 3부제로 공부한다.
▲ 지난 4일 개교한 아프가니스탄 ‘쿤두즈 쿠안다시 학교’ 어린이들이 학교 건물 신축을 기뻐하며 교실에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쿤두즈(아프가니스탄)=김준기자 kjoon@chosun.com
이날 학교를 찾은 어린이들은 노란색 2인용 책상을 만지거나, 칠판에 자신의 이름을 써보면서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어린이들은 천장에 달린 선풍기를 가리키며 껑충껑충 뛰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뜨거운 태양으로 달궈진 볏짚이나 텐트 교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공부했던 어린이들이었다. 겨울에는 몇 겹씩 옷을 걸쳐 입고 찬 바닥에 앉아 벌벌 떨며 책을 읽는 것이 보통이었다.
4학년 조웨트(10)군은 “텐트 교실이었을 땐 공부를 하고 싶어도 40도가 넘는 더위 때문에 머리가 매일 아팠다”며 “앞으로는 선선한 아침에 일찍 와서 수학과 지리를 마음껏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곤랍 하즈라드(52) 교장은 “나라를 짊어질 어린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의 터전을 지어준 한국인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번 학교 개교를 계기로 ‘쿠안다시 학교’는 아프가니스탄의 대표 학교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선생님도 20여명에서 32명으로 늘리고, 영어 교육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개교식은 동네 전체의 축제였다. 다른 학교 학생 200여명도 이곳을 찾았다. 인근 ‘아이시아 시디카’ 텐트 학교에 다니는 무울루다(12)양은 “이 학교 친구들이 부럽지만 최신식 학교가 동네에 지어져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 쿤두즈 교육감 사포로씨, 쿤두즈 지역 사령관 밀알람씨 등 지역 고위 인사들도 학교를 찾아 학생들을 격려했다. 마을 주민 20여명은 아프간 전통 빵과 볶음밥을 운동장에서 직접 요리해 학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정정섭(63) 부회장은 “23년간의 전쟁, 탈레반에 의한 8년간의 학교 폐쇄로 아프가니스탄 교육은 황폐화됐다”며 “교육을 살려주는 것은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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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두즈(아프가니스탄)=김준기자 kjoo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