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교향악을 느끼며
올 봄은 유난히 더디게 오는 느낌이다. 아직도 아침 무렵 바람이 다소 쌀쌀 하게 느껴지지만 한낮의 눈부신 햇빛을 받은 산수유, 개나리는 마침내 그 꽃망울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른바 오랜 튜닝을 거친 봄의 교향악이 그윽한 저음으로 울려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몇 년 전 어느 봄날, 지방에 계신 어머니와의 통화 중에 아름답게 핀 봄꽃을 화제로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팔순의 어머니는 앞으로 이처럼 새봄이 오는 것을 볼 수 있을 날이 몇 번이나 더 될까 하는 생각에 각별한 마음으로 감사하게 봄을 맞이해 보내고 있노라고 말씀하셨다. 갑자기 내 마음이 먹먹해졌다.
봄꽃이 피는 것을 보며 내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새봄을 맞을까 생각해본 적은 결코 없었다. 매년 새봄을 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고 앞으로도 그저 그럴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생 나를 위해 사랑의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내 노모에게 허락될 새봄이 몇 번이나 될지 알 수 없는 일. 이것이 어디 내 노모에게만 해당되는 일일까? 나를 비롯한 모든 인생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새봄을 맞을 기회를 수십 번 제한적으로 허락하셨을 뿐이다.
노모와의 통화 이후 내게 허락된 수십 년의 세월에 대한 청지기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되새기게 되었다. 참 소중한 인생을 무덤덤하게 허비하지 말아야 하겠다. 또한 올해 다시 새봄을 완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진정으로 감사하며 하루하루 하나님의 뜻을 헤아려 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