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 이경준목사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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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좀 봐주세요.

이경준목사 0 313

(최영기 목사님께서 가정교회사역원 홈페이지에 재미있는 글을 올리셨기에, 제가 조금 줄여서 다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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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년 중 절반은 미국에서, 절반은 한국에서 보냅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아침 식사를 혼자 하니까 TV를 보면서 밥을 먹습니다. 이때 자주 보게 되는 것이 KBS 장수 프로그램인 아침 마당입니다. 제가 아침밥을 먹는 시간에 방영되기 때문입니다. 유명인을 불러다가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교양 강좌를 열기도 하고, 주제를 정해서 좌담회를 갖기도 하는데, 얼마 전에 있었던 좌담회 주제가 남편의 가사 돕기였습니다.

 

 

사실 저를 비롯하여 한국 남편들이 비난받아야 마땅할 정도로 가사에 무관심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나이 든 세대는,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했던 옛 관습 때문이고, 젊은 세대들은 입시 준비와 학원 공부에만 집중하도록 부모들이 가사에서 열외 시켜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남편들이 가사를 분담하기 시작했습니다. 설거지 하는 것이 (특별히 가정교회에서는) 자연스러워졌고, 드라마에서는 음식을 만들어 여자 친구를 대접하는 남성들이 멋진 남성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남성들이 요리하는 것을 테마로 삼는 예능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추세가 이러니까 아내들이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면 남편들이 가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날이 곧 오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경제 강국이 된 지 반 세기도 안 됩니다. 그동안 가장들은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하여 몸이 부서져라 일했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죽기 살기로 뛰었습니다. 직장생활이 삶의 전체가 될 수밖에 없었고, 가사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편은 밖에 나가 돈 벌어오고, 아내는 가정을 돌보는 것으로 가사 분담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전통 개념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습니다.

 

 

요즈음 갑, 을이라는 용어가 입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힘 있는 편을 갑이라고 부르고 힘없는 편을 을이라고 부릅니다. 옛날 부부 관계에서는 남편이 갑이고 아내가 을이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갑과 을의 위치가 바뀌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은퇴한 부부 간에는 아내가 확실한 갑이고 남편이 확실한 을입니다. 아내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남편을 간 큰 남자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사 때 안 데리고 갈지 모르니까 아내 애완견을 안고 냉큼 이삿짐 차 조수석에 올라타라는 농담도 돕니다.

 

 

남성들은 일에서 존재 의미를 찾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은퇴를 하게 되면 상실감에 빠집니다. 게다가 남편은 돈만 벌어왔지, 재산 증식을 한 것은 아내들이라, 재정권은 아내가 쥐고 있습니다. 자녀들과 같이 할 시간이 없다 보니 자녀들은 엄마 손에서 자랐고, 장성한 후에는 모두 엄마 편입니다. 그래서 은퇴한 남편은 외롭습니다. 여성들은 외로우면 친구들을 만나 수다라도 떨지만, 자기표현을 잘 못하는 남성들은 이럴 대상도 없습니다. 우리 아파트 뒤에 있는 인왕산 산책로를 걷다 보면 여성들은 두셋이 짝을 지어 하하 호호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면서 걷지만, 남성들은 거의 다 혼자 걷습니다.

 

 

부부는 40대까지는 아내가 남편 눈치를 보며 살고, 40대가 지나면 남편이 아내 눈치를 보며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젊을 때는 남편들이 믿음직한 남성이 되어 아내를 이해성을 갖고 사랑해 주고, 늙을 때는 아내들이 푸근한 여성이 되어 남편을 너그럽게 품어주어, 크리스천 부부들은 주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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