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 이경준목사님 칼럼
홈 > 말씀과훈련 > 원로목사 칼럼
원로목사 칼럼


 

절약(節約)과 궁상(窮狀)

다운교회 0 313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의 일입니다. 요즈음은 아이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장난감이 더욱 많아졌지만, 우리 애들이 어릴 때에도 가지고 싶어 하는 장난감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기준을 정했습니다. 몇 백 원이나 몇 천 원짜리 장난감은 가끔 사주었지만, 몇 만 원짜리는 아무 때나 사줄 수도 없고 사주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준을 정하였습니다. 일 년에 한 차례였습니다. 단 관리를 잘못하여 잃어버릴 경우에는 한 해를 건너뛰게 되어있었습니다. 금년에 잃어버리면 내년에는 못 사고 후년에나 장난감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었지요.

장난감은 가지고 놀다보면 아무래도 망가지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우리 아이들은 둘 다 남자아이들이라 장난감이 망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원칙을 정해놓았습니다. 일부러 망가뜨린 것이 아니라면 꾸중하지 아니하고, 그 대신 망가진 장난감 부속은 잘 두도록 하는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장난감 부속이 있으면 그래도 고쳐줄 수가 있는데, 부속이 없으면 수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우리 애들은 장난감이 망가지면 얼른 망가진 부속을 테이프로 붙여서 장난감 본체에 붙여놓곤 했습니다.

그 바람에 우리 애들이 일 년에 한 차례만 구입했던 몇 만 원짜리 장난감은 잃어버린 적은 없고, 후에 더 어린 애들에게 하나씩 물려줄 수 있었습니다. 일 년에 한 가지씩 사주었던 것 중에 몇 가지는 아직도 기념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큰 애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 사주었던 ‘탑 쌓기’ 놀이기구, ‘91년에 사준 리모컨 자동차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지금도 그 장난감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어릴 때 장난감을 사주었던 원칙을 다시 한 번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사실 그런 원칙을 세운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에 돈이 넉넉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절약하며 검소하게 살고자 하는 생활방침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돈이 넉넉지 못한 것은, 학교를 졸업한 후에 계속 캠퍼스에 남아 복음을 전하다보니 돈을 벌 기회가 없었던 것이 주원인이었습니다. 그래도 궁상맞게 살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돈이 좀 넉넉하지 못해도 조금만 신경을 쓰면 궁상맞거나 남들 보기에 불쌍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절약을 해도 궁상맞게 보이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요즈음은 그 반대의 모습을 너무 많이 보게 됩니다. 아이들 돌잔치나 어르신들 생신잔치를 뷔페로 하는 경우에 자주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뜨는 사람들의 테이블을 보면 접시에 음식이 많이 남아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50년대로부터 시작하여 ’70년대까지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을 거쳐서 그런지 저는 아직도 음식이 버려지는 보면 마음이 편하지를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도 먹을 음식이 없어서 주리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는 것을 자주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아직은 절약할 때입니다.”라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절약할 때’가 아니라, 절약은 우리 그리스도인이 평생 마음에 두어야할 정신 아닐까요? 절약한다고 궁상을 떨며 불쌍하게 보여서는 안 되겠지만, 절약을 하여 많은 부분을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곳저곳에서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음식점에서 남겨 버리는 음식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절약하고 검소하게 살면서 나누는 일에 넉넉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십시다.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