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 이경준목사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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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를 기다리는 심정

다운교회 0 319
며칠 전에 저희 큰 아들이 마지막 휴가를 나왔습니다. 열흘의 휴가를 마치고 다시 부대로 돌아가 제대복을 입고 제대증을 받아가지고 나오면 2년 동안의 군복무가 끝나게 됩니다. 우리 애는 그래도 군 생활을 즐기는 편이었습니다. 사병으로 군복무를 하면서도 세월이 너무 빨리 간다는 말을 한 적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사병이 세월 빨리 간다고 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겠다.”며 웃곤 했었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밥을 먹는데 우리 애가 다시 “2년이 정말 빨리 간 것 같아요.” 하길래,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군 생활 조금 더 할래?” 그러자 우리 애가 즉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습니다. 아무리 군 생활을 즐기는(?) 편이었어도 울타리 생활이 싫긴 싫은 모양입니다. 사실 사병으로서의 군 생활처럼 단순한 삶은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울타리 밖을 마음대로 나오지 못하는 생활이 좋을 리는 없습니다. 아마 제약받는 생활은 거의 모든 사람이 싫어할 것입니다.

우리 애가 제대날짜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바로 하나님의 나라를 기다리는 우리의 심정이 저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죄를 짓기 쉬운 본성과 연약함의 울타리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 울타리 속에서 우리는 때로는 병으로 시달리고 이별의 슬픔을 맛봅니다. 때로는 의견 차이로 인하여 서로 갈등을 겪기도 하고, 이기적인 생각으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마치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살 것처럼 우리는 착각을 하고 살 때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아시지요? ‘사람이 얼마나 자면 만족하겠느냐?’는 질문입니다. 답은 ‘조금만 더’입니다. ‘사람이 얼마나 돈을 벌면 만족하겠느냐?’는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답은 ‘조금만 더’입니다. 사람들의 심정은 대부분, 조금만 더 가지고 싶어 합니다. 조금만 더 즐기고 싶어 합니다. 조금만 더 소유하고 싶어 합니다. 조금만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합니다. ‘이제는 더 바랄 것이 없다.’ 많은 어르신들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으신 분들을 보셨나요? 그 순간은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대개는 잠시뿐이고 어느 영역에서만 그러하신 것을 우리는 자주 경험해 왔습니다. 물론 우리 자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이 세상을 제대하게 되겠지요? 군대를 제대하고 나오는 사람은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못하고 모두 반납하고 나옵니다. 이 세상을 제대할 때에도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합니다. 유행가를 부르는 사람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노래를 부릅니다. “인생은 나그네길,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 욥이 험한 일을 당했을 때도 어리석게 하나님을 향하여 원망하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이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모태에서 적신이 나왔사온즉 또한 적신이 그리로 돌아가올찌라.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욥 1:21)

입으로는 하늘나라에 소망을 두고 산다고 말하는 우리들도 어느 틈엔가 세상을 닮아가며 이 세상에 영원히 살 것처럼 살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세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이 영원하십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영원하십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영원합니다. 그러므로 이 세 가지에 투자하는 삶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삶입니다. 이 세상 울타리 안에 사는 동안에는 열심히 우리 주님을 닮아가는 것이 제일입니다.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용서할 줄 아는 주님의 온유를 배웁시다. 자신은 십자가에 돌아가시면서까지 다른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신 주님의 겸손을 배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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