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 이경준목사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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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조금 변하긴 변했나 봅니다.

다운교회 0 295
지난 주일에 예배를 마치고 오랜만에 우리 교회를 방문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결혼을 하기 전에 우리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결혼 후에는 남편을 따라 외국에서 살던 자매였습니다. 자매는 저와 인사를 나눈 뒤에 오랜만에 우리 교회를 본 느낌을 얘기했습니다. 전보다 많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교회가 변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제가 변한 것이라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자라오면서 대부분은 시간을 쪼개어 써가면서 목적과 목표를 향해 살아왔습니다. 중학교 입학시험을 볼 때는 몇 문제만 틀리면 불합격이었습니다. 더구나 체격이 작고 체력이 약한 저는 체능점수에서 몇 점을 까먹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중학교에서는 한 반에 60명인데 20등까지는 등수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21등부터 40등까지는 등수도 없고 그저 중(中)이라고 나오고, 41등부터 60등까지는 하(下)라고 등급이 나왔었습니다. 대학교 입시를 준비할 때는 4당5락(네 시간 자면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라며 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살았습니다. 늘 목적과 목표 중심의 삶을 살아온 것이지요. 세상에서는 이런 사람이 성공한다고 주장을 합니다.  

게다가 제가 주님을 알고 구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선교단체도 역시 목적과 목표 중심이었습니다. 복음을 전하여 주님을 영접한 사람이 있고, 또 그 사람들을 신앙적으로 도와주어 주님의 제자가 되어 또 다른 사람들을 돕는 영적 재생산이 일어나는 사람은 인정을 받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러한 문화를 제가 자연스럽게 우리 교회 안에도 가지고 들어왔을 것은 뻔한 일입니다. 합정동으로 우리 교회가 이사 오기 전까지만 해도 목적과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사랑까지도 도구로 사용할 때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영혼을 구원하는 일, 사람들을 주님의 제자로 삼는 일은 사랑의 열매입니다.

우리 교회가 합정동으로 이사 오면서 하나님께서는 저를 바꾸어 주셨습니다. 그냥 교회에 오는 것이 좋아졌습니다. 그냥 교회 안에 있는 것이 좋아졌습니다. 전 같으면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방해가 되었을 터인데, 요즈음은 아이들이 제 방에서 시끌벅적대는 것도 그저 좋습니다. 예배가 시작되었는데도 의자가 많이 비어있어도 그렇게 마음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저 하나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 이르기를 원하십니다.(디모데전서 2:4) 이것은 하나님의 소원입니다. 우리 교회는 이 소원을 이루어드리기 위하여 존재합니다. 이 일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하여 우리는 가정교회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영혼 구원하여 제자 삼는 교회”가 가정교회의 표어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영성, 생활 속의 헌신”을 강조합니다. 이것을 목표로 삼고 또 열심히 달려갈 것입니다.  

그런데 가정교회로 전환하면서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일이 있습니다. 목자들 중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분가가 되지 않는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 일이 보나마나 있을 것입니다. 혹 그런 일이 있더라도 우리는 분가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거나, 그것 때문에 상처를 받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가정에서도 아기를 잘 낳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돈을 잘 버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각각 재능이 다르고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찌하든 가족은 모두가 한 가족입니다. 가족은 서로 사랑하고 존귀하게 여기며 섬겨야할 대상입니다. 가정교회로 전환하기 이전에 우리 교회가 다시 한 번 이 사실을 확인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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