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 이경준목사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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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이 실수를 했을 경우

다운교회 0 298
애나 어른이나 실수를 하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실수를 했을 때 어떤 대우를 받느냐에 따라 사람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리 애들이 실수한 이야기인지라 별로 기분 좋을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한 가지씩만 소개를 하겠습니다. 큰 애(명철)가 어릴 때의 일입니다. 엄마와 같이 ‘한결’이라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 온 날 저녁예배 때였습니다. 여느 때와는 다르게 명철이의 태도가 안정되어 있지 못했습니다. 제 눈동자를 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것을 보아 무엇인가 잘못을 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저는 넌지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습니다. 낮에 한결이네 집에 놀러갔다가 레고 블록 장난감 인형의 머리 하나를 집어왔다고 명철이는 실토를 하였습니다. 이럴 때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을 떠올리면서, 아이들을 엄하게 잡는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 엄하게 잡은 아이들을 보면 대개 두 가지 모습을 가지게 됩니다. 하나는 주눅이 들어 기를 잘 펴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성장한 사람은 윗사람 대하기를 어려워하며 그 앞에서 자기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하나는 그때그때 임기응변으로 둘러대는 버릇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처음에는 대인관계를 잘 하는 것 같지만 결국은 신뢰감을 얻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명철이는 이미 친구의 장난감을 집어온 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심하게 꾸중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엄마와 함께 가서 집어온 장난감을 돌려주며 사과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럴 때 아이 혼자 돌려주며 사과하도록 하면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유혹을 받게 됩니다. 창피하기도 하고 그 집에 가서 꾸지람을 들을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엄마와 함께 가면 꾸지람을 들을 리도 없고, 정중하게 사과하고 너그럽게 용서받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둘째 애(현철)는 어릴 때 동네 아이들과 놀다가 슈퍼살롱 승용차의 뒤 유리를 깬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 집이 연남동 기찻길 옆에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곧잘 철로에서 돌을 던지며 놀곤 했습니다. 그런데 현철이가 던진 돌이 마침 주차장에 세워놓았던 승용차의 유리를 깬 모양입니다. 같이 놀던 동네 아이들은 놀라서 우리 집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이 호들갑스럽게 상황의 이야기하면 어른들이 습관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본 사람 없었어?” 그러면 아이들이 저절로 부정직을 배우는 것입니다.

이 아이 저 아이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저는 현철이를 데리고 차 주인이 살고 있는 집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정중하게 사과를 하였습니다. 제가 공손하게 사과를 하였더니, 그분이 하시는 말씀, “아이들이 놀다보면 그럴 수도 있죠. 수리하고 나서 청구서를 드릴 테니 수리비만 지불하십시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만일 제가 현철이만 그분에게 보내어 사과를 하도록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호통을 치면서 현철이를 꾸중을 하며 아버지를 데리고 오라고 소리를 질렀을 것입니다. 그러면 현철이는 잘못을 했을 때 정중하게  사과하고 용서받는 법보다는 본 사람만 없으면 일단 숨는 법부터 배우게 되었을 것입니다.

나중에 결국 거금을 변상해주기는 했지만, 우리 애는 잘못을 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가를 배웠습니다. 정중하게 사과하고 너그럽게 용서받는 법을 배우게 된 것입니다. 자칫하면 돈을 물어주어야 하는 속상함, 창피하게 사과를 하러 가야한다는 부담감 등이 앞서서 아이를 먼저 꾸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래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기왕에 잘못한 것이면, 그것을 통해서 교훈이라도 얻고 자녀교육의 기회로 삼는 것이 이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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