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가 전하는 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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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62) 부끄러운 마음이 많이 남았습니다

정용재 0 1120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경준 목사님, 홍상원 목사님 부부와 더불어 제79차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에 다녀왔습니다. 가정교회 목회자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영혼구원 제자양육에 집중하는 주님의 영광스러운 교회를 세우고자 같은 소망을 가지고 달려가는 동역자님들을 만나는 시간이어서 그렇고, 풍성한 배움과 교제와 쉼과 회복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새로운삶을 강의하는 강사로 참석하였습니다. 그래서 갈 때부터 마칠 때까지 긴장 가운데 보냈습니다. 제가 누구인지도 모름에도 100여명의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저의 강의를 신청해 주셔서 감사하기도 했지만,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제가 다운교회 새 담임목사인 것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역시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특히 실수를 통해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정교회 평신도 세미나, 목회자 세미나, 목회자 컨퍼런스 모두, 강사에게는 냉혹한 시간입니다. 참가자들이 평가서를 제출하고, 평가 결과가 강사들 사이에 공유됩니다. 첫 강의에서 평가점수가 낮을 경우 한 번 더 기회를 주지만, 2회 연속해서 기준 점수보다 낮으면 강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저는 긴장 가운데 평가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새로운 삶을 30회 이상 가르쳤기 때문에 여유롭게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그런지 긴장도 되었고, 저 역시 초보자들이 하는 여러 가지 실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전달해 드리고 싶은 량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말의 속도가 빨랐고, 꼭 다루어야하는 내용을 다 다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제가 꽤 괜찮은 목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교만한 마음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인정하게 됩니다. 돌아가서 당장에 새로운삶을 강의하셔야 했던 수강자 목사님들께는 아쉬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서 애프터 써비스를 해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마이크를 입에 바짝 대고 강의해야 했는데 마이크가 계속 아래로 쳐져서 뒤에 계신 분들이 소리를 잘 듣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마이크를 입에서 멀리 떼고 말씀하시면 답답하게 생각했는데, 저도 똑 같은 실수를 했습니다. 역시 긴장하면 쉬운 것도 잘 안되는 것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훈련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강의 뒷부분으로 가면서 점점 개선되어 감사했습니다.

 

셋째로 저의 가장 결정적인 실수는, 저 자신이 목사가 되기 전에 직장인 평신도로 8년 동안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에 직장인 평신도 입장에서 목회자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적지 않았는데, 그 섭섭한 마음이 그대로 감정이 실려서 전달되었다는 점입니다. 감정을 빼고 냉정하게 전달해야 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까지도 목회자 아이덴티티 보다 평신도 아이덴티티가 더 강한 사람이구나 스스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저의 교만이 드러난 부분이요, 또 한편으로는 저의 치유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수강생 목회자님들께 죄송함과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이 영역에서 저의 내면을 하나님 앞에서 더 깊이 성찰하며 다듬어야, 제가 목회자님들도 더 잘 섬길 수 있는 주님의 종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예수님 만난 지 30년이 지나도 이것밖에 되지 않는 저를 위하여 기꺼이 십자가 지시고, 또 목사로 삼아 주시고, 목사님들을 섬길 수 있는 기회까지 주신 주님께 너무나 감사합니다. 다운가족 여러분, 저는 상처와 부족함이 적지 않은 목사입니다.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해 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석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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