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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47) 저는 찬양을 부를 때 많이 겸손해 집니다.

정용재 0 1344

내가 잘 못하는 영역이라도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이라면 순종해야 합니다.”



목사로서 저에게 가장 난감하면서도 감사한 시간이 있다면 그 중의 하나가 제가 마이크 앞에서 찬양을 할 때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참으로 겸손해 지는 시간이고, 이렇게 부족한 저를 써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과거 저에게는 마이크 앞에서 예배 사회를 보는 것이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찬송을 선창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곡을 정할 수 있을 때는 4분의 4박자에 군가 스타일로 부르기 쉬운 곡을 선택해서 하면 되었지만, 때때로 정말로 난감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마이크를 끄고 찬송을 부르거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입술만 움직이거나, 강대상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찬송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10년 전 쯤 어느 날 내가 평생 목사로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언제까지나 피해갈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박한 마음으로 8회에 걸쳐서 개인지도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 때 그 분께서 저에게 가르쳐 주신 것은 딱 한 가지, 잘하든 못하든 자신 있게 소리를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하려고 나름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그래도 많은 성도님들이 함께 예배드릴 때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때로 정말로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새벽 예배 때는 반주도 없이 저의 선창으로 찬송을 시작하게 되는데, 저도 잘 모르고 성도님들도 잘 몰라서 서로 민망하게 될 때가 종종 생깁니다. 지난 주간이 그런 주간이었습니다.

 

부르기 시작한 곡을 중간에 포기하고, 쉬운 다른 곡으로 다시 찬송을 정해서 부르고 싶은 마음이 밀려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간에 포기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잘 부를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부르거나 정 안되면 가사라도 함께 읽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하는 데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제가 잘 못한다고 쉽게 포기하고 물러서 버리면, 성도님 여러분들이 저에게서 똑 같은 나약한 신앙의 태도를 배우게 되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신앙생활에는 잘 못하는 일이라도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첫발을 내디디고, 도전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는 야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성장을 기대할 수 있고, 기적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살다보면 잘 못하는 일에 뛰어 들었다가 우스운 사람이 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그러나 우스운 사람이 되어버릴 것이 틀림없는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이라면 기꺼이 뛰어들어 창피를 감수하는 것이, 그 길에 포기하지 않고 전진하는 것이, 기적을 경험하는 순종입니다. 우리 교회에 그런 순종이 풍성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렇게 순종하는 분들을 뒷담화 하는 대신 귀하게 여기고 격려하는 문화,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해 보는 그런 신앙의 문화가 형성되기를 기대합니다.

 

둘째는, 아무리 잘 안되는 것처럼 보여도 포기하지 않고 반복 노력하면 반드시 잘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서로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1절을 부를 때 엉망으로 불렀다 하더라도, 2절을 부를 때 더 나아지고, 그리고 3절을 부를 때 더 나아지는 것을 늘 경험합니다. 찬송도 마찬가지고, 암송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삶의 대부분의 영역이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잘 못한다고 혹은 해 본적이 없다고 뒤로 물러서서 쉽게 포기해 버리고 만다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빼앗기게 될 뿐만 아니라, 저와 여러분의 소중한 자녀들도 바로 그런 소극적인 태도를 배우게 될 것입니다.

 

사람은 듣고 배우지 않고 보고 배웁니다. 우리 자녀들은 엄마 아빠의 태도를 그대로 보고 배웁니다. 내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모든 영역에서 물러서지 마십시다. 포기하지 마십시다.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실 때, 소감발표의 기회든, 순종의 기회든, 섬김의 기회든... 조금 힘들어 보이고 자신이 없어도 도전하십니다.

 

우리교회가 이런 교회가 되게하려면 잘하면 박수, 못하면 더 박수의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한 일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뒷 담화하는 문화를 사라지게 해야 합니다. 사역을 더 잘 수행하게 하는데는 칭찬과 격려로 충분합니다. 내가 직접 뛰어들어서 할 각오가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사역이나 일에 대해서 부정적인 의견 개진은 안하는 편이 훨씬 더 좋습니다. 정말 더 잘할 수 있는 길이 보여서 내 마음이 답답할 때는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시는 부르심인 줄 알고, 다른 사람이 뭐라 말하든 나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순종의 발걸음을 내디디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석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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