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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174) 원칙이 아니라 성령님께서 통치하시는 교회

정용재 0 1200

2014, 제가 이전 교회를 섬길 때 썼던 목회편지를 함께 나눕니다.

우리교회에 새로운 시도들이 여러분을 통해 계속해서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제가 목회를 하면서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중의 하나가, 제가 교회의 지휘자가 되지 않고, 성경이 교회를 이끄는 인도자가 되고, 성령님께서 모든 사역을 조화롭게 지휘하는 지휘자가 되시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떤 단체를 운영하는 데 있어 원칙과 그 원칙에 따른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원칙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성령님의 인도하심입니다. 성령님은 인간이 세운 원칙에 갇히는 분이 아니시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원칙은 성경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성경으로부터 원칙이 세워졌다 하더라도 그 원칙이 절대적일 수 없는 것은 사람이 성경을 이해하는 방식은 결코 항상 옳을 수 없기 때문이며, 사람은 결코 모든 상황과 환경을 다 알 수 없는 한계 속에 갇혀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제가 노력하고 있는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교회 모든 리더십과 성도님들에게서 같은 노력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저는 제가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담임목사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이 아닌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일이 어떻게 되는 지 캐물어 보지 않습니다. 제가 모르고 진행된 것에 대해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려고 노력합니다. 제 마음에 안들어도 죽고 사는 일 아니면 그냥 지나갑니다.

 

둘째로, 제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도 분개하지 않으려고 저 자신을 항상 살핍니다. 분노는 솟아나는 것이기 때문에 솟아나는 것 자체를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분노가 솟아날 때마다 먼저 그 분노의 출처가 무엇인지를 살펴서 그 출처를 다스리기를 힘쓰고 있습니다.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나 성도님 여러분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조바심이나 분노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저의 대부분의 분노는 저 자신의 안전, 저의 체면, 저의 입장 혹은 저의 자존심과 관련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하나님의 자리에 서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회개하면 분노는 금방 잦아들었습니다. 이제는 웬만해서는 분노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셋째로,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잘잘못을 크게 따지지 않습니다. 이미 일어난 과거에 대해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혜로운 사람은 잘잘못을 따지지 않아도 이미 스스로 알고 괴로워하고 있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언제나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에, 잘잘 못을 따져보아야 득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현재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기를 원하시는 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나님의 선하신 역사는 인간의 모든 약함과 죄와 악함까지도 뛰어넘을 수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넷째로,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질문을 받기 전에는 저의 의견을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질문을 받으면 제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물론 그 때도 꼭 일이 제 의견대로 되지 않아도 됨을 밝히려고 노력합니다. 성도님 여러분들께 제 의견보다 훨씬 더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질문하거나 의견을 물었다가 괜히 일만 더 복잡해 질 것 같으시면 한 번 그냥 저질러 보시기 바랍니다. 괜찮습니다.

 

다섯째로, 잘하려고 애쓰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려고 노력 합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은 하나님께 맡기는 것입니다. 내가 즐겁게 할 수 없는 일인데도 책임감과 의무감 때문에 내가 붙잡고 있으면 우선은 나 자신이 행복하지 않아서 손해이고, 두 번째는 하나님께서 다른 사람을 통해서 그 일을 하실 수 있는데도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통로를 막아서 손해입니다.

 

물론 하나님께서 저에게 명확하게 명하는 것이라면 저는 어리석어 보인다 하더라도, 비난과 반대가 있다고 하더라도, 오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을 깨트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밀고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 때에도 하나님의 방법대로 사랑하는 마음, 상대방을 존중하는 예의는 잃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저는 완전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더 성숙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석목사 올림 201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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