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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170) 사람은 기계처럼, 기계는 사람처럼 되어가는 시대

정용재 0 1346

도대체 우리 자녀들을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 걸까요?


제가 신학대학원을 다니던 시절에 저에게 열등감과 부러운 마음을 늘 심어 주었던 동기 전도사님들이 몇 분 있었습니다. 그 중의 한 분을 정말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목회학박사과정을 마치면서 논문을 쓰셨는데 그 논문을 소개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목사님은 여러 가지 악기를 잘 다루셨습니다. 특별한 행사가 있어서 동기들이 찬양을 해야 할 때는 200명이 넘는 전체 동기들을 일사분란하게 지도하여 아름다운 찬양을 만들어내는 리더십을 보여 주었고, 또 때때로 저는 처음 보는 악기를 연주하며 특송을 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20년 전 당시 제가 느끼기에 아이돌 같이 잘 생긴 외모 때문에, 저는 저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어느 부잣집 아들이겠거니 생각을 하면서 친하게 지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가까이에서 이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저는 목회자로서 저의 부족한 음악적 자질에 늘 아쉬움과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데, 탁월한 음악적 탤런트에도 불구하고 이 분의 목회는 평탄하지 않았고, 또 과거 저의 선입견과 달리 이분은 농촌목회를 하시던 목사님의 아들로서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에 적지 않은 가난의 아픔을 통과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선입견이 얼마나 크게 틀릴 수 있는 지를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목사님은 목회의 어려움 가운데 어느 초등학교의 방과 후 음악선생님으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음악수업 시간에 컴퓨터를 통해서 노래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인간의 감성이 가장 풍부하게 담겨야할 노래를 기계를 통해서 배우고 있는 아이러니한 모습, 이 시대를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점점 기계처럼 되어 가는데 결코 기계를 따라갈 수 없고, 기계는 점점 인간처럼 되어 가는데 때로 인간보다 더 뛰어나 보이는 상황 속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해 옵니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야할 우리 자녀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부모의 책임을 다하는 것일까요? 게다가 이런 시대에 교회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과거에는 동네 아이들이 모여 놀이를 하면서 함께 규칙도 만들고 또 함께 놀기 위해서는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것도 배웠는데, 놀이가 사라진 지금 이 시대에는 규칙을 따르는 삶을 배우지 못하는 으로 성장해 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에 크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붙잡으면 하나님이 된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에서는 뭐든지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것이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의 어린이들은 중세 성주들이 누렸던 권력보다 더 큰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말은 충격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쉴 새 없이 뇌를 자극하는 스마트폰의 사용은 인간의 뇌구조 자체를 바꾸어 놓는다고 합니다. 너무 느리거나 아예 자극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교실과 같은 환경에서 아이들은 견디지 못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그런 자극을 만들어내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세대는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내 본 경험이 없는 세대여서 상황은 더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함께 무엇을 해본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어린이들과 함께 놀고, 노래를 부르고, 또 합창을 연습하고 발표를 하는 과정 속에서의 경험과 한걸음 더 나아가 엄마 합창단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배우고 느낀 경험들을 논문에 담아내었습니다. 논문 발표를 들으면서 그래도 교회가 희망이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교회 자녀교육의 방향과 교회가 세상을 향해 나아갈 길에 대한 가능성이 어렴풋이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교회에 모셔서 함께 강의를 듣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조만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어야 할 텐데요.ㅠㅠ <석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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