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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 결혼 생활, 행복하십니까?

정용재 0 1289

행복은 작은 것에서 찾아옵니다.


어제 우리 싱글초원에서 새로 두 부부가 탄생했습니다. 금년에는 결혼 소식이 많아서 싱글초원 안에서도 여러 커플이 결혼할 예정이고, 싱글 목장에서 열심히 활동하지 않는 자녀들의 결혼 소식도 계속 들려옵니다.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요즈음처럼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기피가 심한 때에, 우리 다운교회를 통해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정의 모델이 더 많이 생겨나서, 청년들이 결혼과 가정에 대한 소망이 더 깊어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에 떠도는 짧은 글 하나를 함께 나눕니다.

 

저는 결혼 8년차에 접어드는 남자입니다. 3년 전쯤에 이혼의 위기를 심각하게 겪었습니다. 그 심적 고통이야 경험하지 않으면 말로 못하죠. 저의 경우는 딱히 큰 원인은 없었고, 주로 와이프 입에서 이혼하자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더군요. 그리고 저도 회사생활과 여러 집안일로 지쳐있던 때라 맞받아쳤구요.

 

순식간에 각방 쓰고 말도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대화가 없으니 서로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갔구요. 사소한 일에도 서로가 밉게만 보이기 시작했죠. 그래서 암묵적으로 이혼의 타이밍만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아들도 눈치가 있는지 언제부턴가 시무룩해지고 짜증도 잘 내고 잘 울고 그러더군요. 그런 아이를 보면 아내는 더 화를 불같이 내더군요. 저도 마찬가지였구요. 계속 싸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러는 것이 우리 부부 때문에 그런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요. 가끔 외박도 했네요. 그런데 바가지 긁을 때가 좋은 거라고, 저에 대해 정내미가 떨어졌는지 외박하고 들어가도 신경도 안 쓰더군요. 아무튼 아시겠지만 뱀이 자기꼬리를 먹어 들어가듯이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답니다.

 

그러기를 몇 달. 하루는 늦은 퇴근길에 어떤 과일아주머니가 떨이라고 하면서 귤을 사달라고 간곡히 부탁하기에 남은 귤을 다 사서 집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주방탁자에 올려놓고 욕실로 바로 들어가 씻고 나오는데 와이프가 내가 사온 귤을 까먹고 있더군요. 몇 개를 까먹더니 하는 말이 '귤이 참 맛있네.' 하며 방으로 쓱 들어가더군요. 순간 제 머리를 쾅 치듯이 하나의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아내는 결혼 전부터 귤을 무척 좋아했다는 것하고, 결혼 후 8년 동안 내손으로 귤을 한 번도 사들고 들어간 적이 없었던 거죠.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 순간 먼가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예전 연애할 때에 길가다가 아내는 귤 좌판상이 보이면 꼭 1000원어치 사서 핸드백에 넣고 하나씩 사이좋게 까먹던 기억이 나더군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해져서 내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답니다. 시골집에 어쩌다 갈 때는 귤을 박스채로 사들고 가는 내가, 아내에게는 8년간이나 몇 백 원도 안하는 귤 한 개를 사주지 못했다니 맘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 후에 어느덧 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됐죠. 아이문제와 내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말이죠. 반면 아내는 나를 위해 철마다 보약에, 반찬한가지를 만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신경 많이 써 줬는데 말이죠.

 

그 며칠 후에도 늦은 퇴근길에 보니 그 과일 좌판상 아주머니가 보이더군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또 샀어요. 그리고 저도 오다가 하나 까먹어 보았구요. 그런데 며칠 전 아내말대로 정말 맛있더군요. 그리고 들어와서 살짝 주방탁자에 올려놓았구요. 마찬가지로 씻고 나오는데 아내는 이미 몇 개 까먹었나 봅니다.

 

내가 묻지 않으면 말도 꺼내지 않던 아내가 '이 귤 어디서 샀어요?' ', 전철입구 근처 좌판에서.' '귤이 참 맛있네.' 몇 달 만에 아내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잠들지 않은 아이도 몇 알 입에 넣어 주구요. 그리고 직접 까서 아이 시켜서 저한테도 건네주는 아내를 보면서 식탁위에 무심히 귤을 던져놓은 내 모습과 또 한 번 비교하게 되었고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뭔가 잃어버린 걸 찾은 듯 집안에 온기가 생겨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아내가 주방에 나와 아침을 준비하고 있더군요. 보통 제가 아침 일찍 출근하느라 사이가 안 좋아진 이후로는 아침을 해준 적이 없었는데. 그리고 그냥 갈려고 하는데 아내가 날 잡더군요. 한술만 뜨고 가라구요. 마지못해 첫술을 뜨는데, 목이 메여 밥이 도저히 안 넘어가더군요. 그리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도 같이 울구요. 그리고 그동안 미안했다는 한마디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부끄러웠다고 할까요.

 

아내는 그렇게 작은 한가지의 일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 일에도 감동받아 내게로 기대올수 있다는 걸 몰랐던 나는 정말 바보 중에도 상바보가 아니었나 싶은 게, 그간 아내에게 냉정하게 굴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워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후, 우리부부의 위기는 시간은 좀 걸렸지만 잘 해결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가끔은 싸우지만 걱정하지 않습니다. 귤이던 무엇이든 우리 사이에 메신저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주위를 둘러보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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