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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128) 아버지의 마음

정용재 0 63

섬세한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에 감동합니다.

 

미국에 도착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월요일 저녁 840분 비행기로 한국을 출발하여, 미국 현지 시간으로 월요일 낮 3시 경에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내렸습니다. 아들의 차를 타고 산호세로 오는 길, 101번 싸우스를 타고 오다 85번으로 갈아타고 산호세로 향하는 길이 26개월이나 지났음에도 마치 어제 떠났다 오늘 돌아온 것처럼 전혀 낯설지가 않습니다. 드디어 1893 Cody Way, San Jose, CA 시온영락교회가 소유한 다가구 주택에 도착했습니다.

 

제가 담임목사로 섬길 때는 1층의 1호에서 살았지만, 지금은 이기준 목사님이 1호를 사용하고 민애와 희민이는 23호집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4호는 예비 사위 대열이 살고 있고, 2호는 시온영락교회 사무실로 사용하면서 1부 예배 장소로도 쓰고 있습니다. 시간이 그대로 멈추어 있었던 것처럼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제가 한국으로 귀국할 즈음 카포트(Car Port)를 창고 삼아 쌓아놓은 짐조차도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민애와 대열의 결혼을 앞두고 희민이는 회사 근처로 따로 독립해서 이사를 갔고, 둘이 결혼하면 3호 집에서 함께 살게 됩니다. 4호는 시온영락교회 어린이 사역을 담당하는 유니스가 이사해올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2주 후면 신혼집으로 사용해야할 집인데 제가 미국에 살면서 이곳 저곳에서 주워 모아 사용하던 구질 구질해 보이는 그 가구들을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하니 제 마음이 썩 좋지 않습니다.

 

저녁 7, 한국 시간으로는 밤을 꼬박 새고 오후 1시가 된 시간이지만 피곤하다고 바로 자면 시차 적응도 시간 사용도 어려울 것 같아, 침대, 식탁, 화장대는 바꾸어 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교회 밴을 빌려타고 이케아(IKEA)로 향합니다. 저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좁은 집에 어느 가구가 더 좋을까를 생각하며 전시장을 왔다갔다 피곤을 잊고 걷습니다. 오는 주일 시온영락교회에서 아버지의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누가복음 15장 설교를 할 예정이었는데...., ~ 이것이 아버지의 마음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납니다. 그리고 마치 우주가 제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 착각 속에 섬세하게 주일 설교본문 일정까지도 맞추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게 됩니다.

 

아내는 이곳에서도 새벽기도 참석부터 시작하여 결혼식 준비에 벌써부터 바쁘고, 저는 화요일 하루 종일 밥 먹는 것도 잊은 채 가구 조립만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때 다시 IKEA에 가서 필요한 것들을 더 사오고 수요일도 하루 종일 가구조립을 했습니다. 온몸을 몽둥이로 맞은 것처럼 불편하지만 이틀 연속 집중해서 가구조립을 했습니다. 이런 집중력을 내가 언제 발휘해 보았던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본인들은 기대하지도 않았고 요구하지도 않았지만 미국 도착하자마자 만사를 제쳐두고 딸의 신혼집을 조금이라도 더 그럴듯하게 채워주려고 노력하는 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 이 또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 하나님 형상의 흔적이로구나 생각하며 하나님께 감사하게 됩니다.

 

바로 옆에 있는 홈디포(HOME DEPOT)에 가서 또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사와서 하던 일을 마무리합니다. 침대와 화장대가 꾸며지고 어느덧 신혼 방 분위기가 잡힙니다. 새로 조립한 식탁과 수납장들을 제자리에 배치를 하니…… 지금도 제가 보기에는 아쉬움 투성이지만 그래도 한결 마음이 좋습니다. 워낙 손보아야 할 곳이 많아서 결혼식 당일까지 다른 일은 할 엄두를 못 낼 것 같습니다. 딸을 시집보낸다는 서운함은 느낄 겨를이 없고 든든한 아들을 하나 더 얻는다는 기쁨이 있습니다. 다른 아빠들 같은 울컥하는 마음이 느껴질 지는 결혼식 당일이 되어 보아야 알 것 같습니다.<석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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