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가 전하는 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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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편지

(117) 모든 순서에 은혜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용재 0 1287

사람마다 은혜의 통로가 다릅니다.

 

오래전 섬기던 교회에 제가 좀 무시하는 전도사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그 분은 마음이 따뜻하고 겸손한 분이셨는데, 다른 것은 다 좋은데 말씀을 너무 길게 하셨습니다. 특히 광고를 할 때는 너무 자세히 그것도 반복해서 말씀하셔서 저는 그 분이 말씀하실 때마다 짜증이 났고 몸이 뒤틀려서 힘들었습니다. 원수도 사랑해야할 목사가 동역자를 속으로 무시하고 싫어하고 있자니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 이 문제를 가지고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저와 같은 이유로 그분을 무시하고 싫어하는 분들도 없지는 않았지만, 많은 분들이 오히려 그 분을 좋아하더라는 것입니다.

 

기도하면서 그리고 목회의 경륜이 쌓여가면서 저는 목회자로서 문제가 있는 사람은 그 분이 아니라 바로 저 자신이라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그 분이 저보다 더 성숙한 분이고 귀한 분이라는 것을 마음으로 깊이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번만 들어도 이해가 되고, 기억에 남고, 또 해야 하는 일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미 다 알아들었는데, 잘 기억하고 있는데, 알아서 열심히 할 텐데 같은 말을 너무 자세하게 반복해서 하는 사람을 만나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여 짜증스러워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이해력과 기억력과 열정이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교만해져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섬기라고 주신 것들로 오히려 형제를 무시하고 판단하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5~6번은 들어야 관심이 생기고, 2~300번은 들어야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것이 정상적인 모습이고, 한 번만 들어도 이해가 되고 기억하는 사람이 비정상입니다. 그런 분들은 특별한 은총을 받은 분들입니다. 자기 자신을 표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제 설교에 반복이 많아서 힘들다는 지적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저는 표준적인 분들을 배려해서 의도적으로 반복하였으나 저 자신에게도 반복하는 것이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에 그런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조금씩 반복을 줄였습니다. 그 외에도 이런 저런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어떤 분들은 간증이 많다, 적다, 어떤 분들은 찬양이 너무 많다, 부족하다, 찬양 스타일이 밝다, 어둡다.......

 

예배의 특정 순서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혹시 내가 다른 사람보다 하나님의 선물을 더 많이 받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하나님께서 나에게 은혜로 주신 것을 마치 내 것인 양 착각해서 형제 위에 교만해진 상태는 아닐까요? 나에게 불편한 바로 그것 때문에 하나님께 마음이 열리고 더 깊은 은혜를 경험하는 다른 분들은 없던가요?

 

신앙이 성장한다는 것은 나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주변을 바꾸어가는 것이라기보다는, 더 연약한 분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서 나에게 불편한 것을 이기고 견디고 오히려 즐길 수 있는 단계까지 내가 변해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까요?

 

예배에는 다양한 순서가 있습니다. 각 순서는 하나님께서 사용하는 은혜의 통로입니다. 어떤 분은 찬양에 은혜를 받습니다. 어떤 분은 밝고 경쾌한 찬양에 새 힘을 얻고, 어떤 분은 느리고 깊은 찬양에 위로와 영감을 받습니다. 어떤 분은 설교를 통해서 은혜를 받는 반면, 어떤 분은 간증과 소감발표에 혹은 찬양대의 찬양에 더 큰 은혜를 받습니다.

 

모든 순서에 내가 다 은혜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에게 은혜가 되는 순서는 누리고, 나에게 은혜가 되지 않는 순서는 누군가에게 은혜의 통로가 될 것이라 믿어드리고 중보기도로 함께 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나에게는 다른 차원의 은혜가 임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예배하기를 훈련해 왔고, 예배 순서 순서에서 큰 은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나에게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더 약한 분들을 위하여 내가 맞추어지려는 노력입니다. 영혼 구원하여 제자 만드는 교회의 사명을 위하여..... <석목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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