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님의 홈런타 !
지난 몇 주
그 동안 건강하셨던 91세의 아버님이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남편과 나를 '오늘을 못 넘기시겠다'는 응급 소식으로
부산을 오고 가게 하시더니
지난 월요일 오전 11시 반경 하나님 나라로 훌쩍 가셨습니다.
'사람이 가고 나면 할 일이 더 많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지만
우리 아버님은 자녀들에게
호상이라는 축제의 분위기와 같은 생의 마무리를 해주시고 가신 덕분에
남겨진 우리 자녀들은
때를 따라 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큰 고생없이 모든 것이 감사한 가운데 부친상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 왔습니다.
많은 문상객들을 통해 전달되어지는 아버님에 대한 평가들에 관한 여러 생각들이 오고 가던 중
이 며느리가 몇 년 전에 아버님에 대한 글을 썼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다운 교회의 새식구가 채 되기 전 부친상을 당했건만
부산까지 찾아 와 주신 다운 교회 여러 성도님들의 따뜻한 조문과 문상에
감사한 마음을 아래의 글로 대신 전달해 봅니다.
아버님의 돼지 저금통
우리 진모 경모가 2006년
새 해를 맞아 컴퓨터 선물을 각각 한대씩 받았다.
할아버지 연세가 올해로 87세,
평생을 세무사로 사셨는데
당신의 철학과 가훈이 정직이었기 때문에
아버님이 세무사로 지내셨긴 했지만
촌지와는 상관없이 지내신 정직덕분에
어머님이 보따리 장수를 하시면서
아이들 공부에 가사일을 꾸려나가셔야 했었다.
현재까지 당신의 세무사 사무실이 있고 직원들이 있지만
플러스 마이너스 하면 사무실 수입은 거의 0 에 가깝다고 들어왔다.
그러나,
90 이 가까운 어른이 아침에 눈을 뜨면 갈 데 없이 지내시다가
노인병이나 치매에 걸리는 것보다
날마다 아침을 맞이하여 옷을 갈아 입고 어딘가로 갈 수 있는 곳이 있고
당신이 일할 곳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며 당신 내외분의 건강의 지름길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자녀 된 우리 온 가족은
그 사무실을 정리하시지 않고 수입 여하에 상관없이 계속 운영하시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왔기에
지금도 아버님은 깔끔한 양복을 싹~ 차려 입으시고
출근하시는 것을 보면 80 이 훨 넘은 노인이시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이 멋있게 보이셨다.
아버님은 날마다 출퇴근을 하시면서
사무실까지 버스를 타시면 경로 우대로 150원만 내시면 되었으나
택시를 타시면 6000원이 나온다 하셨다.
아버님은 물론 매일 버스를 타시면서
택시를 타셨으면 쓰셨을 6000원을 당신 장롱에 있는 돼지 저금통에
배가 불룩해져서 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날마다 채워 오셨다.
돼지 배가 불룩해져 해산할 때가 되어 가자^^
경모가 대학을 입학할 때가 되었고
대학생이 되어 필요한 것 뭐냐고 물어보셨다.
손자의 필요했던 컴퓨터를 사주시기 위해
아버님은 그 해 2월에 통통 살이 오를 데로 올랐던 그 빨간 돼지 한 마리를 잡으셨다.
배를 가르니
몇 십만원의 돈이 나왔고
할아버지는 윗 돈을 더 보태어 진모 경모 컴퓨터 값으로
각각 백만원씩 손자 둘에게 주셨다.
"손자들아, 90 이 내일 모레인 이 할아버지가 버스타고 다니면서 택시값 아껴 주는 것이니.."
진모는 결국 할아버지의 그 마음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고
경모는 그러지 않아도 컴퓨터가 있었으면 했는데
입이 턱에 걸려 한참 동안을 싱글벙글이었다.
진모는 대학 3학년이 되도록
컴퓨터가 없이 지냈는데
이제는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집에 앉아서 메일도 보내고 숙제도 할 수 있어
신이 났었다.
우리 아버님의 빨간 돼지 저금통!! 은,
그 역사가 깊다.
평생
일마치고 집에 퇴근하시면서
주머니에 남은 동전 잔돈등을
양복을 벗으시기 전에 장롱속의 빨간 돼지에게 먹이시곤 했는데
한번은
내가 결혼해서 입덧으로
친정에 가 있을 때
전화로 나를 불러 내셨다.
"며늘아~오늘 이 아버지가 돼지를 잡았단다. 나와라~"
하시면서 입덧으로 못 먹어 헬쓱했던 며느리에게
먹고 싶었다는 낙지볶음을 사주시고
남은 돼지 저금통의 돈으로
며느리가 예쁘게 입고 다닐 임신복을 주홍색, 초록색 알록 달록 색깔 별로 몇 벌이나 사주셨다.
이렇듯 우리 아버님은
신혼의 며느리에게 '참 마음 좋은 아버님'이라
인정을 받으실 수 있는
추억의 홈런타를 날리신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아버님은
손자들에게
멋진 홈런타를 날리신 것이다.
우리 진모 경모는
할아버지를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할아버지라 생각하고 존경한다.
인모도 '오늘은 어린이날' 이라며
한국에서 맞는 어린이날을 스스로 자축하며
온 가족에게 선물을 강요하였는데(^^)
할아버지가 가지고 계셨던 장롱속의 100$을 기분좋게 내주시면서
축복 기도까지 같이 해주셨다.
나도 아버님같이
적절한 때 홈.런.타.를 날리는
그래서 후대들에게 멋있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노인으로 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