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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님의 홈런타 !

신경희 17 8612

지난 몇 주

그 동안 건강하셨던 91세의 아버님이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남편과 나를 '오늘을 못 넘기시겠다'는 응급 소식으로

부산을 오고 가게 하시더니 

지난 월요일 오전 11시 반경 하나님 나라로 훌쩍 가셨습니다.

 

'사람이 가고 나면 할 일이 더 많다'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지만

우리 아버님은 자녀들에게

호상이라는 축제의 분위기와 같은 생의 마무리를 해주시고 가신 덕분에

남겨진 우리 자녀들은

때를 따라 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큰 고생없이 모든 것이 감사한 가운데 부친상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 왔습니다.

 

많은 문상객들을 통해 전달되어지는 아버님에 대한 평가들에 관한 여러 생각들이 오고 가던 중

이 며느리가 몇 년 전에 아버님에 대한 글을 썼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다운 교회의 새식구가 채 되기 전 부친상을 당했건만

부산까지 찾아 와 주신 다운 교회 여러 성도님들의 따뜻한 조문과 문상에

감사한 마음을 아래의 글로 대신 전달해 봅니다.

 

abs_title1.gif아버님의 돼지 저금통
우리 진모 경모가 2006년
새 해를 맞아 컴퓨터 선물을 각각 한대씩 받았다.

할아버지 연세가 올해로 87세,
평생을 세무사로 사셨는데
당신의 철학과 가훈이 정직이었기 때문에
아버님이 세무사로 지내셨긴 했지만
촌지와는 상관없이 지내신 정직덕분에

어머님이 보따리 장수를 하시면서
아이들 공부에 가사일을 꾸려나가셔야 했었다.

현재까지 당신의 세무사 사무실이 있고 직원들이 있지만
플러스 마이너스 하면 사무실 수입은 거의 0 에 가깝다고 들어왔다.


그러나,

90 이 가까운 어른이 아침에 눈을 뜨면 갈 데 없이 지내시다가

노인병이나 치매에 걸리는 것보다
날마다 아침을 맞이하여 옷을 갈아 입고 어딘가로 갈 수 있는 곳이 있고
당신이 일할 곳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며 당신 내외분의 건강의 지름길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자녀 된 우리 온 가족은
그 사무실을 정리하시지 않고 수입 여하에 상관없이 계속 운영하시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왔기에
지금도 아버님은 깔끔한 양복을 싹~ 차려 입으시고
출근하시는 것을 보면 80 이 훨 넘은 노인이시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이 멋있게 보이셨다. 

아버님은 날마다 출퇴근을 하시면서
사무실까지 버스를 타시면 경로 우대로 150원만 내시면 되었으나
택시를 타시면 6000원이 나온다 하셨다.

아버님은 물론 매일 버스를 타시면서
택시를 타셨으면 쓰셨을 6000원을 당신 장롱에 있는 돼지 저금통에

배가 불룩해져서 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날마다 채워 오셨다.

돼지 배가 불룩해져 해산할 때가 되어 가자^^
경모가 대학을 입학할 때가 되었고
대학생이 되어 필요한 것 뭐냐고 물어보셨다.


손자의 필요했던 컴퓨터를 사주시기 위해

아버님은 그 해 2월에 통통 살이 오를 데로 올랐던 그 빨간 돼지 한 마리를 잡으셨다.

배를 가르니
몇 십만원의 돈이 나왔고
할아버지는 윗 돈을 더 보태어 진모 경모 컴퓨터 값으로
각각 백만원씩 손자 둘에게 주셨다.

"손자들아, 90 이 내일 모레인 이 할아버지가 버스타고 다니면서 택시값 아껴 주는 것이니.."

진모는 결국 할아버지의 그 마음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고
경모는 그러지 않아도 컴퓨터가 있었으면 했는데
입이 턱에 걸려 한참 동안을 싱글벙글이었다.

진모는 대학 3학년이 되도록
컴퓨터가 없이 지냈는데 
이제는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집에 앉아서 메일도 보내고 숙제도 할 수 있어  
신이 났었다.

우리 아버님의 빨간 돼지 저금통!! 은,

그 역사가 깊다.

평생
일마치고 집에 퇴근하시면서
주머니에 남은 동전 잔돈등을
양복을 벗으시기 전에 장롱속의 빨간 돼지에게 먹이시곤 했는데

한번은
내가 결혼해서 입덧으로
친정에 가 있을 때
전화로 나를 불러 내셨다.

"며늘아~오늘 이 아버지가 돼지를 잡았단다. 나와라~"
하시면서 입덧으로 못 먹어 헬쓱했던 며느리에게
먹고 싶었다는 낙지볶음을 사주시고
남은 돼지 저금통의 돈으로
며느리가 예쁘게 입고 다닐 임신복을 주홍색, 초록색 알록 달록 색깔 별로 몇 벌이나 사주셨다.

이렇듯 우리 아버님은
신혼의 며느리에게 '참 마음 좋은 아버님'이라
인정을 받으실 수 있는
추억의 홈런타를 날리신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아버님은
손자들에게
멋진 홈런타를 날리신 것이다.

우리 진모 경모는
할아버지를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할아버지라 생각하고 존경한다.

인모도 '오늘은 어린이날' 이라며
한국에서 맞는 어린이날을 스스로 자축하며
온 가족에게 선물을 강요하였는데(^^)
할아버지가 가지고 계셨던 장롱속의 100$을 기분좋게 내주시면서
축복 기도까지 같이 해주셨다.


나도 아버님같이
적절한 때 홈.런.타.를 날리는
그래서 후대들에게 멋있는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노인으로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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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Comments
김현희 2010.03.23 21:10  
가족의 저력이 느껴집니다.  그런 사랑을 받은 두 분은 더 많은 사랑을 나누어 주고 계시잖아요. 아이들도 그런 할아버지의 자랑스런 손자들로 자랄것이 눈에 선합니다. 제대로 사신 어르신을 뵙지 못했지만 홈런타를 날리기까지 평소 모습이 더 존경스런분일 것 같네요. 직접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저희교회에서 이런은혜를 나누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진병열 2010.03.23 19:28  
와 멋있다~
김수진 2010.03.23 06:26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님!! 맞아요. ~~
신용경 2010.03.23 08:28  
이화정 ^^입니다.
남편의 아이디로 들어와 죄송합니다.
글을 읽고 보니,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외모가 바뀌어도 따스한 성품이 고스란히 베어 나옵니다.
이시영 2010.03.23 03:38  
참 멋지신 시아버님이시구나.........를 느낄수 있는 글이였어요^^
시아버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듯하구요
며느리사랑은 시아버님사랑이라던데^^
저의 시아버님은 신랑 중학교때 일찍 돌아가셔서
이글을 읽으면서 정말 시아버님사랑이 참 깊구나를 간접느낄수있었습니다.
저도 그러한 어른이 되도록
먼얘기일수있지만 그런 멋진 시어머니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김동수 2010.03.23 00:31  
저는 무소유에서 감동을 찾기보다는 평범한 아버지로서 자녀들을 위해 남몰래 희생하시고 삶으로 사랑을 전하는 모습속에서 감동을 받습니다.  꼭 제가 되고싶은 아버지의 상이네요.
위로의 하나님께서 선교사님 가정에 큰 능력과 은혜로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주일날이면 언제나 항상 웃음으로 인사를 나누시는 사모님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김경민 2010.03.22 22:35  
흑흑흑........ 저희 아버님 생각 또 나서~~~~
신경희 사모님, 양승봉 선교사님 .. 위로를 전해 드립니다.
육화숙 2010.03.22 19:36  
멋진 네남자 속에서 행복해 보이십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희년과 같은 안식년을 보내시고 새힘 얻어서 힘차게 출발~~~
김영미 2010.03.22 19:46  
멀다는 핑계로 부산에 못가서 죄송합니다. 오늘은 멋지신 시아버님 글이 올라왔네요. 저는 시아버님이 않계셔서 그 정을 나누지 못했는데 사모님의 글을 읽으니 넘 좋네요. 삼가 위로를 표합니다.
최혜영 2010.03.22 18:38  
홈피에서 선교사님 글을 보니 반갑습니다.
이번 주일 처음으로 목밖으로 찬양이 나왔다는 말씀이 계속 생각나요.
두분을 그 무엇보다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다운 공동체안에서 주님의 만져주심으로 온전한 쉼과 평안을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강환구 2010.03.22 09:03  
나마스떼.
13년의 긴 세월을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삶으로 그 사랑을 실천하신
두 분 선교사 내외분의 네팔  생활을 참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빨간 돼지 저금통의 사랑이 자손 뿐 아니라 네팔 사랑운동으로 사용되는
귀한 열매가 된 배경에 조부모님의 숨은 기도가 있었네요.
그 큰 홈.런.타.에 같은 기쁨으로 손 잡고 싶습니다.
또 언제 부르심을 받아 훌쩍 저희 곁을 떠나실 줄 알수 없으나 계시는 동안
가까이서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분 사랑합니다.





홍연호 2010.03.22 08:35  
멋진 아버님의 돼지저금통..........
인생을 사시면서 적절한 때 멋있게 홈런한방!!
출장중이라는 핑계로 가뵙지는 못했지만 휼륭하신 아버님께
조의를 표하며  양선교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모든 가족들에게
주님의 위로와 사랑이 있길 기도합니다.
김병수 2010.03.22 05:34  
양선교사님을 뵈면서 깊은 인상을 받고 있었는데 역시나 이렇게 멋진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고 자라셨군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이 실감됩니다.
생존해 계실 때 한번이라도 직접 뵙고 가르침을 받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천성적인 게으름으로 부산이니 이해하시겠지 하면서 마음속으로나마 삼가 조의를 표했습니다.
함께하는 동안 더 많은 나눔과 배움을 하고 싶습니다.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김영손 2010.03.30 02:22  
p.s. 공짜폰은 폐기하고 유로로 바꾸었습니다.
김영손 2010.03.30 01:26  
모두가 감동입니다. 먼저 슬픈소식을 접하고도 인사드리지 못해 이곳에서 사죄를 드립니다. 공짜폰을 얻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화면이 먹통이 되어서 한참지난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두분께서 쓰신 책은 곁에두고 감사히 읽으며 도전을 받고, 위로를 받고, 힘을 얻고 있으며 기회가 되는 대로 주위의 지인들에게 내용을 알려 드리고 있습니다.  우리 사무실 직원중에 예수잘믿는 직원 이름이 신희경이라는 직원이 있는데 성함기억 하기가 종종 혼돈이 옵니다. 제2 제3의 홈런타를 날려 주시기 바랍니다. 멋진 가족 이십니다. 두분께서 우리 교회에서 뵈오니 그냥 즐겁고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유우주 2010.03.27 00:32  
좋을때만 함께하고 힘들때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네여~
그 사랑을 열방에게 흘려보내셨으니, 홈런타도 만루 홈런입니다~
신경희 2010.03.30 18:54  
유우주자매님/ 제가 얼어 죽을 뻔 했을 때(ㅋ) 있을 때 함께 하셨지요!!
김영손님/저도 제 2의 제 3의 홈런타를 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으샤!! 아자 아자 Go Go 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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